[함인희의 우문현답] 2030, 보수화 아닌 탈이념화다

입력 2025-04-0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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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명예교수ㆍ사회학

정의감보다 주머니사정에 더 관심
기성세대와 달리 이념서 자유로워
미래세대 이해가 정치발전 첫걸음

최근 지인이 페이스북에 링크해서 올린 동영상을 보면서 뜻밖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대학 1, 2학년 재학생들이 자신의 대선배들을 대신해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이었다. 건국대 재학생은 건국대 출신으로 이젠 거물이 된 국회의원 선배의 과거 불법행적과 막말 습관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했고, 한양대 재학생 역시 한양대 출신으로 극한 정치권 갈등의 핵심인물이었던 국회의원 및 장관 선배를 대신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했다.

조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탄핵 국면에서 예기치 않은 행동을 보였던 2030의 정치 성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듯하다. 다양한 매체에서 2030의 정치 성향이 4050보다 6070에 가깝다는 분석과 함께 이들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보수화 경향에 대한 우려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2013년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면서 ‘괴물이 된 20대의 자화상’이란 부제를 달았다. 강의 현장에서 만난 20대 초반 학생들의 행태를 분석한 책인데 2013년에 20대 초반이었으면 대체로 1990년대 초반생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괴물이 된 20대’를 보면서 진정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20대 초반 젊음의 열정과 정의감으로 분기탱천해야 할 시기에, 민족을 향한 충정보다 개인의 주머니 사정을 더 신경 쓰고, 학벌주의의 폐해에 분노하기보다 서열화된 대학 순위를 적극 수용하는가 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날로 먹으려 하는’ 공정성 침해라 항의하기까지 하는 이들이야말로 개념도 없고 의식도 없는 이기주의자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2030이 4050 및 386 운동권 세대보다 정치적으로 보수화 성향을 띤다는 건 세대 효과가 연령 효과를 압도하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연령 효과에 주목할 경우, 개인은 한 해 두 해 나이 들어가면서 전반적으로 보수화 경향을 보이며,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권위적 성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아집에 빠지게 마련이란 것이 통념에 가깝다. 그런 만큼 윗세대가 2030보다 보수적 경향을 띠는 것이 자연스러울 테지만, 세대 효과로 인해 일련의 반전이 일어나고 있음이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일부가 이미 60대에 접어든 ‘386운동권 세대’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선봉에 섰다는 자긍심과 군사독재를 뚫고 민주화를 쟁취해냈다는 자부심을 토대로 그 어느 연령대보다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 전교조의 참교육 이념과 노무현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세례를 받은 4050 또한 운동권 세대의 뒤를 이어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층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경제적 이슈나 부동산 문제, 저출산이나 노후부양 등에 대한 태도는 대체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전통적 보수적 성향을 보이고, 연령이 낮아질수록 근대적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친북 반미 정서는 386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통일을 향한 열망 또한 386세대의 지지도가 가장 높았다. 20대 초반 시절의 민주화운동 경험이 너무도 강렬했던 나머지, 40대 50대를 지나 60대 문턱에 들어선 지금도 다른 세대보다 확연히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데 정작 2030은 고령층의 보수화 성향과 확실히 선을 그으면서 자신들을 보수로 범주화하는 것에 불편함을 드러낸다. 이들은 무조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지지정당 자체가 없는 무당파(無黨派), 아니면 특정 이념에 충성하거나 발목 잡히지 않는 탈이념파(脫理念派)로 자리매김되는 것을 선호한다. 때론 정치적 무관심도 솔직하게 표명하는데, 이는 정치의 무능함 무가치함 무의미함을 비판하는 적극적 의사표현의 일환이라 항변하기도 한다. 이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내고 이들의 요구를 충실히 실현해나갈 때, 우리 정치도 미래를 향해 한걸음 앞으로 전진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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