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현재 협상이 진행중이거나 대기중인 매물이 12조원대에 달하지만 오히려 하반기 M&A시장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매각에 따른 기업간, 또는 은행-기업간 가격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긴 기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따른 M&A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좀 처럼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로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극복을 위해 돈주머니를 움켜쥔 채 눈치만 살피고 있을 뿐만 아니라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의 매각가격을 놓고 이견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사중 처음으로 산업은행이 조성한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 결정을 내렸던 동부메탈은 협상이 시작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실사작업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메탈은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동부그룹과 산업은행 간 기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쉽게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측은 PEF의 특성상 투자자들을 모아야 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못하면 실효성이 없는 만큼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현대종합상사 매각도 가격부문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해 유찰됐다. 매각자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에 현대중공업이 부응하지 못한 것이다.
M&A업계 관계자는 "최근 잇따라 M&A협상이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매각측과 매입측 사이에 현격한 가격차가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최근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도 금호아시아나그룹측과 산은 간 가격차이만 수천억원에 달하고 있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측은 M&A시장을 통해 대우건설을 매각한다는 입장이지만 매각 가격이 최소 3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자금시장이 불안한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산은이 제시했던 PEF를 통한 대우건설 주식 매입방안이 유력한 상황. 하지만 이 경우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가격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문제를 남겨두고 있어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호생명의 경우도 칸서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로 실사를 진행했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가격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M&A업계 관계자는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들은 유동성 마련을 위해 가격을 높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갈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올해 하반기 M&A시장의 활성화 여부는 매각 가격차이를 얼만큼 줄이는 협상이 가능한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