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전세사기 피해자 두번 울리는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 완화'

입력 2024-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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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건축물에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에 대해 감경률을 50%에서 75%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행강제금은 현재로썬 거의 유일한 불법건축물 규제 수단이지만, 이를 완화해준 것이다.

국토연구원에서는 불법건축물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이행강제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는 정반대 주장을 냈다. 왜였을까. 여러 개정안 중 한 의원이 낸 의안을 보면, 개정 제안 배경으로 전세사기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일부는 셀프 경매를 통해 집을 낙찰받고 있는데 이들 중 불법건축물 인줄 모르고 낙찰받을 경우 평생 이행강제금을 내는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행강제금을 완화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전문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단서 조항으로 불법건축물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내용을 담으면 된다"고 지적한다.

사실 이행강제금 문제에 가장 예민한 건 불법건축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다. 불법건축물을 지어 팔거나, 불법건축물을 소유하면서 임대수익을 얻는 사람들은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기대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불법 상태를 유지한다. 이행강제금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사람들에게 높은 이행강제금을 물려 불법을 시정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전세사기 문제를 끼워넣어 버리면 오히려 이들은 전세사기 지원 정책에서 사각지대에 놓이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들에게 불법건축물은 존재 자체로 주거 선택을 제한하는 악의 축이다. 불법건축물 밀집지역 근처에 직장이 있거나 여러 이유로 특정 지역을 떠날 수 없어 불법건축물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겐 '불법'을 떠나 그곳이 유일한 '삶의 터전'일 뿐이다.

누굴 위한 법인가. 명분과 결과 사이에 균열이 보인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누군가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도구로 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이 9개월 지났지만 1만3000명 피해자 중 구제를 받은 이들은 200명 남짓이다. 1만2800명은 오늘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입법의 우선순위를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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