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논란 많은 ‘집중심사제’

입력 2024-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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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어려운 글도 백 번쯤 읽으면 그 의미가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 중국 후한 말기 사람인 동우가 그에게 배우기를 청하는 사람에게 가르치기를 거절하면서 한 말이다. 공부는 스스로 깨우쳐가는 과정에서 완성된다는 이야기로 의미부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오히려 질문과 토론을 망설이는 문화가 한국에 자리 잡는 데 기여한 가르침일 수 있다. 글을 백 번쯤 읽지 않고 남에게 물어보는 행위는 스스로 깨우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행위가 되고, 글을 백 번이나 읽고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수치스러운 일이 된다.

결국 몰라도 물어볼 수 없으니 아는 척하는 수밖에 없다. 질문하지 않는 한국인은 자기표현에 서투르고, 모른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은 수치심을 극대화하는 일이 되고 만다.

최근 미국 작가이자 인플루언서인 마크 맨슨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로 한국을 지칭하면서, 한국인의 우울증은 유교와 자본주의의 단점이 극대화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맨슨은 한국이 “자본주의 단점인 물질주의와 돈에 대한 집착을 강조하는 바람에 자본주의의 장점인 자기표현과 개인주의가 무시”되었고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인 수치심과 타인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극대화해, 가족이나 지역 사회와의 친밀감이 하락”했다고 보았다. 질문 없는 사회의 모습일 수 있다.

모르면 물어보아야 한다. 발명자가 완성한 발명을 전달받아, 변리사가 법과 기술을 조화시킨 특허명세서로 작성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논문과 달리 특허명세서는 발명자의 성과를 변리사가 정리한다. 특허명세서 중 권리문서인 ‘청구범위’와 그 내용을 설명하는 ‘발명의 설명’이 특허법 규정과 판례에서 인정한 범위에 맞게 체계적으로 작성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변리사는 발명자가 작성한 서면에서 발명의 핵심을 파악하고, 청구항을 추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변리사는 발명자와 전화나 회의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한다. 심사관은 특허요건을 갖추지 못한 발명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허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명세서에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면 굳이 알아볼 필요 없이 기재불비 등의 거절이유로 ‘의견제출통지서’를 발행하면 된다.

발명자와 변리사는 심사관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해서 대응해야 한다. 간단한 내용이라면 전화로, 복잡한 내용은 면담으로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 특허청은 간단한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수단인 전화통화를 2022년 9월부터 막았다.

집중심사시간이 필요해서라는데, 집중해서 명세서를 여러 차례 읽기보다 전화로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특허청에서는 이 제도에 대해 심사관의 반응이 좋다는 주장을 하지만, 민원전화를 막아준다는데 싫어할 공무원은 없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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