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엔딩’ 유저 뒷목 잡은 메이플 확률 조작 [요즘, 이거]

입력 2024-01-04 16:13 수정 2024-01-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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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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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작위가 그 무작위가 아니었다고?

색다른(?) 무작위에 유저들이 들고 일어났는데요. 해당 논란이 격해지며 법적 처벌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죠. 결국, 10년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이라는 철퇴를 내렸습니다. 무려 116억 원. 역대 최고 금액이었죠.

공정위의 판단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후 이를 거짓으로 알리면서,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건데요. 이를 전달받은 게임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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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탄생해 지금까지도 유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장르는 MMORPG, 캐릭터가 모험을 떠나며 성장하는 2D 횡스크롤(가로방향으로 진행) 게임입니다. 귀여운 캐릭터 IP로 넥슨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한국 온라인 게임의 태동기와 함께해온 20년이 넘는 장수게임입니다.

유저들에게도 ‘첫정’은 각별한데요. 20년의 기나긴 세월 애지중지 키워온 내 캐릭터(들). 그리고 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메이플 월드는 떠날 수 없는 고향과도 같았죠.

방탄소년단(BTS) 진 또한 메이플스토리를 향한 격한 애정을 여러 번 드러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함께했다는 메이플스토리 내에서 진은 레벨 250이 넘는 만렙의 소유자로 알려졌는데요. 그간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최소 승용차 한 대 값 정도는 현질을 한 ‘초고자본 유저’로 짐작되고 있죠.

이런 진과 같은 마음으로 게임을 해온 유저들은 이렇게 자본을 아끼지 않으며 메이플스토리를 지키고 있었는데요. 이처럼 돈으로 키워온 마음에 힘입어 메이플스토리는 2019년에 16년 역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던 바 있죠. 코로나19 사태로 게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메이플 NEO 이벤트까지 꾸준히 유저가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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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21년 2월께 이 긍정적인 요소들을 모두 부정적으로 바꿔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이름하여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입니다.

2021년 2월 18일, 메이플스토리가 패치를 통해 ‘강력한 환생의 불꽃(강환불)’ 확률 관련 공지를 올리면서부터가 시작이었는데요. 해당 공지를 통해 운영진은 ”강환불 관련 기존에 있던 오류들을 수정하여 모든 스텟이 동일 확률로 변경되도록 수정했다”라고 알렸죠. 그런데 이 말인즉슨 곧 ‘그간 오류가 있어 동일 확률이 아니었다’라는 뜻이란 건데요.

그간 게임 스텟에 관련핸 모두 ‘랜덤, 임의, 무작위’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동등한 확률로 발생하게 함’이란 뜻이 아니란 거였죠. 유저들의 불만이 커지자 운영진은 해당 단어에 대한 설명이 확실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패치를 통해 그간 사용했던 ‘강환불’을 돌려주겠다는 형식의 배상표를 공개했습니다. 물론 이 또한 문제가 있어 유저들의 불만은 더 격해졌죠. 이에 유저들은 넥슨 본사, 국회의사당 등 여러 대의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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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공정위 과징금 철퇴로 더 큰 ‘확률 조작’ 사실이 드러난 것이죠. 메이플스토리는 캐릭터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수많은 스펙업 수단들을 다년간 업데이트 해왔는데요. 앞서 설명한 유저들의 확률조작 공론화 사건에서는 환생의 불꽃 아이템에 관한 논란과 큐브에 인기 옵션이 중복으로 등장하지 않는 소위 ‘보보보(보스 몬스터 공격시 데미지 증가)’ 논란이 가장 컸습니다.

그런데 공정위의 결과 보고로 이제까지 암암리에 제기하고 있던 ”뒤에서 확률을 몰래 조작한 거 아냐?”라는 의문이 사실로 확인하고야 말았죠.

여기서 논란이 된 ‘큐브’는 1회 뽑기를 통해 게임 내 캐릭터 장비의 옵션인 ‘잡재 옵션’ 3개를 임의 부여하는 것인데요. 이는 메이플스토리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인기 유료 아이템입니다.

내용에 따르면 2010년 5월에 유로 판매 아이템 ‘큐브’를 도입했고 당시 옵션 출현 확률을 균등으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에 공지 없이 큐브 인기 옵션 확률을 하락하도록 규정했죠. 2011년 8월에는 선호도가 높은 특정 옵션 조합 즉 ‘보보보’와 ‘드드드(아이템 드롭률 증가)’가 전혀 나오지 않게 확률 구조를 재변경했는데요. 이렇게 설정해 놓고도 ‘큐브 기능에 변경 사항 없음’이라는 거짓 공지까지 발표했습니다.

이후 2013년 7월에는 장비 최상급 등급인 ‘레전드리’ 등급 및 ‘블랙큐브’ 아이템을 출시했는데요. 이 또한 상승 확률 1.8%에서 1.4%로 2016년 1월에는 1%까지 하락시켰습니다. 이 또한 따로 공지하지 않았죠.

넥슨은 2021년 3월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법안에 따라 공개했는데 당시 큐브 누적 매출액은 약 55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번 큐브 아이템 확률 조작은 게임 내 재화로 수급할 수 있는 ‘환생의 불꽃’과 같은 것과 격을 달리하는데요. 바로 ‘현금’을 사용해야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공정위 또한 116억 원이라는 전자상거래법 적용 사례 중 최다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앞서 카카오에 매겨졌던 종래 최고치 1억8500만 원을 단숨에 경신했죠.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과징금 액수는 6개월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양이라고도 알려졌습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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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넥슨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했는데요. 넥슨은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라면서도 “2010~2016년 당시에는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것이 게임사의 관례이다”, “공정위의 소급 처분으로 한국 게임 회사가 입을 피해는 예측조차 할 수 없다”라고 억울해했죠.

넥슨 측은 이번 제재와 관련해 “2021년 3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를 공개해 자발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을 완료했다”라며 “이번 공정위 결정에는 추후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정위가 공개한 넥슨의 확률조작 사건은 ‘메이플스토리’뿐 만이 아니었는데요. 게임 버블파이터와 관련한 거짓, 기만행위도 적발됐죠. 넥슨은 이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나 골든 숫자 카드가 나올 수 있도록 확률을 부여했다가 이후 출현 확률을 임의로 낮췄습니다. 이 또한 ‘메이플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거짓 공지했는데요.

물론 법 시행 이전의 일들을 가지고 소급적용을 한 부분은 억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타 게임 회사도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엔 전문가들도 동의했죠. 하지만 그보다 먼저 되어야 할 것은 20년간 이 게임을 한결같이 사랑해 온 팬들의 격한 분노를 돌아보는 것이어야 할 텐데요. 애정이 애증으로 또 비난으로 바뀌는 이 과정에 더 아파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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