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원 2천명 늘릴 수 있다는 의대, 간만 보는 당국

입력 2023-1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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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어제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2030학년도까지 최대 3953명의 추가 증원을 희망한다는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6년부터 묶여 있는 의대 정원 3058명의 2배가 넘는 ‘예비 의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조사 결과도 있다.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증원이 가능한 인원이 2151명이라고 했다. 현재 확보한 교육 역량만으로도 의료인력 추가 배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한 것이다. 정부가 의사들의 눈치를 보며 저울질하는 1000명 안팎보다 훨씬 많다.

의대 정원 확대는 큰 쟁점이다. 정원을 늘리는 것이 유일무이한 처방인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의료수가 현실화, 필수의료 사고 특례법 제정 등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는 의사 단체의 주장도 경청할 일이다. 그러나 정원 확대가 보건의료 안정화를 이룰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다.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의 사회적 병리 현상에 대처하려면 인구 1000명당 2.1명(한의사 제외)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을 한참 밑도는 의사 부족 문제부터 손봐야 하지 않겠나.

다행히 국내 의료 서비스 만족도는 나쁜 편이 아니다. OECD에 따르면 “자기 거주 지역에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이 한국은 78%로 OECD 9위권이다. 그러나 지역·필수의료 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불거지는 점은 크게 경계할 대목이다. 인기 분야의 개원의들이 비급여 치료로 고액 수입을 챙기는 동안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로 통하는 필수의료 영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높은 위험 때문에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2021년 우리나라 의사 한 명이 진료한 평균 환자는 6113명이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의사와 충분한 진료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지표(2020년 기준)에서 한국은 OECD 19개 회원국 중 15위였다. 통상 의사 한 명을 길러내는 데 10년이 필요하다. 2025년이면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의료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부르게 마련인 인구학적 문제가 비탈길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더 미룰 수 없는 급박한 과제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전국 의대는 더 많은 의사를 길러낼 수 있다는데 정원이 18년째 꽁꽁 묶인 것은 역대 정부의 직무유기 탓이다. 의사 단체의 눈치만 살피다 문제를 악화시킨 책임이 무겁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번 수요조사 결과 발표도 두 차례 연기되는 등 파행을 빚지 않았나.

국민 다수가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넘쳐난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의대 증원을 원한다는 설문결과를 발표하며 “의사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고 했다. 정부는 단호히 임해야 한다. 간만 봐도 좋을 시기는 예전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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