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회색 인간’은 없다

입력 2023-09-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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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오늘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저는 ‘회색 인간’이라는 단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작가는 독특합니다. 평생 읽은 책이 3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주물공장 노동자인 김동식 작가는 일을 하면서 떠오른 생각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다가 출판 관계자의 눈에 띄어, 10여 년간 쓴 300여 개의 소설 중 일부를 묶어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회색 인간’은 이야기의 배경이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외계행성인지 사후 세계인지조차 헷갈립니다. ‘회색 인간’은 갑자기 지하 대도시에 잡혀온 만 명의 사람이 등장하면서 시작합니다. 땅속 인간들이 지상의 사람을 납치해서 땅을 파게 하고, 땅을 다 파면 지상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빵과 음식이 주어지지 않고 사람들은 죽어나갑니다.

어느 날 노래를 하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일을 하지 않는 여인에게 어떤 사람은 돌을 던졌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빵을 나누어 줍니다. 그 일 이후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화가가 나타나 우리의 일을 그림으로 그리겠다고 하고, 소설가는 우리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고 하자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빵을 나누어줍니다. 사람들은 살아남은 누군가가 우리 이야기를 노래와 그림과 글로 남길 것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배가 고팠고 땅을 파야만 했지만 더 이상 회색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이 이 글의 줄거리입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호불호는 첨예하게 갈립니다. ‘읽을수록 기분이 나쁘다’고 싫어하는 분이 있는 반면, ‘많은 질문을 남겨주는 책이다’라고 좋아하는 분까지 극렬한 평가를 받는 책입니다. 그런데도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 절망적인지 희망적인지 물어보면 신기하게도 희망적이라는 대답이 90% 이상입니다. 왜 작가는 인간을 ‘회색’으로 표현했을까요? 회색은 중립적인 색이면서, 모든 감정이 배제된 무감정이면서도, 어쩌면 모든 것을 포용하는 색이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여러분한텐 이 책이 ‘호’인지 ‘불호’인지 궁금하네요.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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