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00만 프리터족을 어찌하오리까

입력 2009-05-18 10:31 수정 2009-05-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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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시인 김춘수의 대표적 시 '꽃' 이다. 이 시는 관념적인데다 형이상학적, 존재론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대상에 대한 갈망적인 어조로 인해 패러디한 시들이 여러 개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기적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Free-Arbeiter)족이 500만명을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을 하지 못한 20대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30~40대까지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성장 속도 둔화, 노동 집약형에서 노동 절약형 산업구조로 바뀌고 있는데다, 급격히 증가하는 대졸자에 비해 중소기업에 취직하려는 사람이 적은 것이 프리터족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MB정부가 잡세어링(Job sharing)을 통한 실업 대책을 내놓자, 재계는 고통 분담을 통해 일자리 늘리기 보다는 신입사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안정적인 일자리 보다는 단기 일용직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김춘수 시인의 '꽃'을 가지고 패러디 시가 인터넷을 통해 회자 되고 있어 취업준비생들이 구직에 대한 갈망이 어느 정도 인지 짐작케 한다.

'내가 학생일 때는 실업은 그저 남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취업을 하고자 이력서를 내밀었을 때, 실업은 곧 나에게로 와서 나를 실업자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내가 토익 900점에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한 만큼, 나의 노력과 실력에 알맞은 일자리를 다오. 그곳에 가서 나도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취업을 하고 싶다. 사회는 나에게 나는 이 사회에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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