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가 외면받는 이유…‘중소돌 서사’가 무너졌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7-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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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피프티 피프티 멤버 시오(왼쪽부터), 새나, 아란, 키나가 4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그룹 피프티 피프티 멤버 시오(왼쪽부터), 새나, 아란, 키나가 4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현 소속사인 어트랙트는 ‘멤버들을 불법적으로 영입하려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외부 세력으로 지목된 외주용역업체 더기버스와 피프티 피프티의 히트곡 ‘큐피드’(Cupid)의 해외 유통사인 워너뮤직코리아는 ‘허위 사실’이라며 맞서고 있는데요.

여기에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소속사와 반대편에 선 모습입니다. 멤버들은 지난달 28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내고 “6월 19일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며 “이는 어트랙트가 계약을 위반하고 신뢰 관계 파괴를 야기한 데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죠.

소속사와 아이돌 그룹 간 전속계약과 관련한 갈등이 생기면 양측의 주장은 확연하게 엇갈립니다. 그룹 측은 불공정 계약을 주장하고, 소속사 측은 각종 자료를 내세워 해명하거나 그룹에 귀책 사유를 물으려고 하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대중의 반응도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피프티 피프티 사태에서는 유독 소속사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피프티 피프티의 입장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소돌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주목받던 신예 그룹이 이제는 싸늘한 여론과 마주한 모양새라 눈길을 끌고 있죠.

▲(사진제공=어트랙트)
▲(사진제공=어트랙트)
쉽고 중독적인 멜로디,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중소돌의 기적’

한국 아이돌 그룹이 미국 빌보드 차트에 입성하는 게 더 이상 ‘기적’은 아닙니다. 다만 피프티 피프티의 상승세는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한 4인조 신인 그룹입니다. 데뷔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2월 발매한 ‘큐피드’로 빌보드 차트에 발을 디뎠는데요. 지금까지 빌보드 ‘핫100’ 차트 상위권에 머무르면서 ‘핫100’에 10주 이상 이름을 올린 유일한 케이팝 걸그룹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습니다.

‘큐피드’는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입소문을 타고 국내 음원 차트에도 등장, 선전을 이어갔습니다. 말 그대로 ‘역수입’이었죠.

‘큐피드’의 성공에는 우선 음악의 힘이 주효했습니다. ‘큐피드’는 몇 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신스팝 유행을 이어간 노래인데요. 통속적인 코드 진행으로 듣기 편하다는 특징이 있고, 청량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어우러져 ‘이지 리스닝’ 시장을 공략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많은 K팝 그룹의 히트곡이 팬덤의 화력에 힘입어 단숨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한다면, ‘큐피드’는 입소문을 타고 차트에 등장해 점차 순위가 상승했습니다.

SNS 발달도 ‘큐피드’ 열풍에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한 틱톡 이용자는 ‘큐피드’ 영문 버전의 프리코러스(후렴구 직전에 나오는 짧은 소절)를 따서 속도를 빠르게 높인 뒤 “2023년 최고의 프리코러스”라는 글과 함께 올렸습니다. 이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죠. 이후 ‘큐피드’를 빠르게 재생한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이 배경음악으로 깔린 게시물들이 확산했고, 안무를 곁들인 챌린지로 만들어지면서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흐름이 빌보드, 스포티파이 등 차트 성적으로 이어진 겁니다.

하이브, SM, JYP, YG 등 대형기획사 출신 아이돌이 주도하는 가요계에서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은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며 ‘성장’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듯했습니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 멤버 아란(왼쪽부터), 새나, 시오, 키나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이틀곡 큐피드(cupid)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그룹 피프티 피프티 멤버 아란(왼쪽부터), 새나, 시오, 키나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이틀곡 큐피드(cupid)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4인 멤버가 주체적으로 결정한 것”…갈등 양상은 ‘소속사 vs 피프티 피프티’

신인이 거머쥐기 힘든 성과를 이뤄내면서, 피프티 피프티는 미국 현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활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의아함을 자아냈는데요. 방송가에서는 멤버의 건강 이상설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5월 초, 소속사 어트랙트가 멤버 아란이 수술을 받고 회복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그룹 활동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이는 사실로 드러났죠. 그러나 어트랙트 측은 지난달 23일엔 공식 입장을 통해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접근해 당사와의 전속계약을 위반하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확인되고 있다”며 “외부 세력과 어떠한 타협도 없이 끝까지 싸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해 충격을 안겼습니다.

어트랙트 측은 지난달 27일엔 ‘큐피드’ 등을 만들고 음반을 프로듀싱한 안성일 프로듀서를 외부 세력으로 지목,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안 프로듀서의 회사 더기버스와 외주용역계약을 맺고 프로듀싱 작업 등을 전적으로 맡겨왔는데요. 어트랙트는 “더기버스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회사 메일 계정과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업무방해 등을 저질렀다”며 “해외 작곡가로부터 ‘큐피드’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어트랙트 몰래 저작권을 자신들 앞으로 양도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더기버스는 “업무용역을 받아 2021년 6월 프로젝트를 시작, 2023년 5월 31일 자로 업무를 종료했고, 현재는 어트랙트 요청에 따라 워너 레코드와 글로벌 프로모션·홍보만 담당하고 있다”며 “‘큐피드’는 피프티 피프티 프로젝트 전부터 당사가 보유하던 곡”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어트랙트의 고소 사유는 사실과 다르다”며 “허위 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날을 세웠죠.

여기에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지난달 19일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했습니다. 피프티 피프티 측은 지난달 28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어트랙트가 투명하지 않은 정산, 활동이 어려운 건강 상태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활동을) 강행하고자 했던 모습 등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여러 사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특히 멤버들은 “어트랙트가 계약위반 사항에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면서 ‘외부 세력에 의한 강탈 시도’라며 멤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고, 멤버의 수술 사유를 당사자 협의 없이 임의로 공개하는 모습을 보며 큰 실망과 좌절을 했다”며 “어떠한 외부 개입 없이 4인의 멤버가 한마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피프티 피프티 측이 침묵을 깨면서 여론은 급격히 싸늘해졌습니다. 통상 아이돌 그룹이 정산받기 시작하는 시점은 데뷔 3년 차 이후부텁니다. 회사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걸그룹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선 2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탓에 데뷔 1~2년 차엔 정산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데뷔 초반부터 주목받는다고 해도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소요되는 경비가 훨씬 많기도 합니다.

빠르게 정산을 받은 아이돌 그룹으로는 뉴진스 정도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뉴진스는 데뷔 2달 만에 정산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목을 끈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뉴진스가 데뷔와 동시에 국내외 음원 차트를 석권, 음반 판매 성적, 광고까지 모두 차지하는 등 전무후무한 인기를 끈 덕분이었습니다. 현재 뉴진스 멤버들은 모두 명품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등 개인 인지도 역시 높은 상황입니다.

데뷔 1년도 안 돼 정산을 받은 아이돌 그룹이 극소수인 만큼, 피프티 피프티 측이 주장한 ‘어트랙트의 투명하지 않은 정산’은 숱한 의문을 남겼습니다. 피프티 피프티는 음악 프로그램 출연을 제외하고 광고나 콘텐츠 등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해외에서 발생한 음원 저작권료는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소요되면서 다소 늦게 이뤄집니다. 특별히 수익이 날 부분이 없다는 건데요. 이에 정산 문제를 거론한 피프티 피프티 측에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초반 소속사와 외부 세력의 대치로 떠오른 피프티 피프티의 거취 문제는 멤버들이 “4인 멤버가 한마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히고 나서면서 소속사와 피프티 피프티의 갈등으로 번진 모양샙니다.

▲(사진제공=어트랙트)
▲(사진제공=어트랙트)
어트랙트 동정론까지…피프티 피프티, ‘원히트 원더’ 가수로 전락하나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논란이 확산하면서 소속사에 대한 ‘동정론’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전 대표는 5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피프티 피프티의 실물 앨범 발매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개인 시계, 자동차를 내다 팔았다고 밝히면서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전속계약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인 지난달 30일엔 “구순 어머니가 평생 모은 돈 9000만 원도 제작비로 썼다”며 “마지막에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돌아가신 아버지께 기도만 했다”고 털어놨죠. 물심양면 지원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피프티 피프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더욱 냉랭해졌습니다.

또 어트랙트는 3일 전 대표와 워너뮤직코리아 윤 모 전무의 5월 9일 통화 내용 일부 녹취 파일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더기버스가 워너뮤직코리아와 200억 계약을 독단 추진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녹취록에서 윤 전무는 전 대표에게 “안성일 대표한테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 걸로 저희가 200억 제안 드린 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트랙트는 이 녹취록에 근거해 안 대표가 전홍준 대표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바이아웃 건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죠.

이에 더기버스 측은 워너뮤직코리아 측에서 ‘레이블 딜’ 구조에 대해 제안했고, 전 대표와 논의를 희망해 연결시켜 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전달자 역할만 했다는 겁니다. 이처럼 엇갈린 입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분명한 건 여론이 피프티 피프티나 더기버스가 아닌 어트랙트 측으로 기울었다는 겁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의 첫 심문기일은 5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멤버들은 왕성한 해외 활동에 나서는 대신 당분간 소속사와의 법적 다툼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판결이 어떤 방향으로 나든, 긴 다툼 끝엔 소속사, 멤버, 프로듀서 모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가요계에서는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문제 제기가 ‘자충수’라는 평이 나오기도 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팬덤에서도 “피프티 피프티의 경력이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한 곡의 큰 성공)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한데요. 히트곡 ‘큐피드’에 비해 ‘피프티 피프티’라는 그룹 자체의 인지도는 다소 낮은 게 사실이라, 괜한 우려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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