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의 노후

입력 2023-07-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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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오늘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저는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를 말하는 ‘에이징 솔로’를 읽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1인 가구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는 가족과 함께 살다가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점점 자발적 선택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1인 가구의 나이대도 예전에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많았다면, 점점 50대, 40대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를 살펴봐도 2021년 인구주택 총 조사 1인 가구 중 중년인 40~64세가 전체 1인 가구의 37.6%를 차지했다고 하네요. 국내의 1인 가구 정책과 담론은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로 요약되는데요, 더 이상 이런 일반화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죠.

어느 날 제가 근무하던 복지관에 머리가 희끗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두리번두리번 누군가를 찾고 계셔서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복지관에 어떤 일로 오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넸다가 “나 아버님 아니야. 나 총각이야”라는 호통에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결혼을 한 것이라고 전제한 단어에 불쾌하셨던 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홀로 나이 들어가는 중년 1인 가구를 저자는 ‘에이징 솔로’라고 부릅니다. 책에서는 여성 비혼 중년을 인터뷰한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저자에 따르면 비혼에도 세대가 나뉜다고 합니다. 비혼 1세대는 1970년대 태어나 1990년대에 교육을 받고 20대를 보낸 여성들로 학력 인플레이션, 해외여행, 어학연수 등의 세례를 받았고 개인주의의 도래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자유주의 1세대였다고 합니다. 비혼 2세대는 2015년 이후 미투 운동과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등을 거치면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새로운 페미니즘의 흐름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저자도 비혼, 중년 여성으로서 비혼 1인 가구의 삶을 좋은 면과 힘든 면 모두를 살펴봅니다. 비혼 중년들은 좋은 점으로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진 여러 기회 중 70~80%는 비혼이어서 갖게 된 것 같다”, “남자들이 중년의 비혼 여성을 싫어하지만 두려워한다는 느낌도 들어요”, “에이징 솔로 여성의 자신감” 등을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삶의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이 보이죠? 반대로 비혼 중년으로 힘든 점은 “혼자 사는 것은 가능하지만 역설적으로 혼자서만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폐 끼치고 다른 사람이 내게 기댈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녀 가운데 비혼인 딸이 있으면 그가 부모 돌봄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비혼 딸에 대해 결혼 적령기가 지나면 개호 적령기가 온다는 속설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가족 돌봄의 전담자가 되거나, 병원을 가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순간에 도움받기 어려움들을 말합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병원에 갈 때나 수술할 때 동의해 줄 보호자가 없어서 곤란할 때가 많은데, 보호자 동의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관행’이라고 합니다. 이런 관행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2007년 대한 병원협회에 공문을 보내 시정하도록 했고, 동의가 없어서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은, 의료법의 진료거부 행위에 해당해 행정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아직까지 현실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개인의 복지를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입니다. 부양의무자도 점점 폐지되어 가는 사회의 흐름에 따라, 가족의 형태와 상관없이 국가의 사회적 책임이 점점 더 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입니다.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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