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마이너스 금리’ 일본은행의 딜레마

입력 2023-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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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이어가는 세계 각국과 역행

미일 금리차 커 엔화약세 가속화

디플레 트라우마로 신중론 ‘여전’

6월 한 달 동안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잠시 쉬어가는 듯했던 긴축 행보를 다시금 강화했다. 호주와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등이 금리 인상을 이어갔으며 노르웨이와 영국 중앙은행은 50bp(1bp는 0.01%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연준은 6월 FOMC에서 한 차례 쉬어가기는 했지만 2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며 섣부른 긴축의 종료를 예상하는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다만 선진국 중에서 여전히 다른 행보를 이어간 곳이 있었는데 바로 일본 중앙은행(일본은행)이다. 일본은행은 여전히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익률 곡선 통제(YCC: Yield Curve Control)를 통해 일본 10년 국채금리가 일정 레벨을 벗어나지 못하게 제한하는 등 초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물가가 꾸준히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한동안 신음했다. 2012년 취임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을 아베노믹스라고 하는데, 그 핵심 중 하나가 연 2%로 물가가 올라올 때까지 무제한으로 돈을 푸는 초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지난 해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3%대 초반을 보이고 있고, 이는 일본은행이 목표로 했던 2%를 훌쩍 넘어섰지만 여전히 일본은행은 기존의 초완화적 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본 내 디플레이션이 워낙 오랜 기간 이어졌고, 언제든 다시 그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뿌리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은행이 과거에 해왔던 이른바 ‘성급한 출구 전략’이라는 실수 역시 신중론에 힘을 더해주는데,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한동안 침체기에 있던 일본 경제가 2000년 초반 회복세를 보일 때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한 나머지 성급하게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경제 회복의 싹을 잘라버렸던 통화 정책 실수가 대표적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지금 일본은행의 수장인 우에다 총재는 2000년 당시 일본은행의 성급한 금리 인상에 신중론을 표했던 인물로 알려진 만큼 당장 올라오는 물가를 보면서 상당 기간 이어온 기존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는 데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합리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와의 통화 정책 차별화가 보다 강하게, 그리고 보다 길게 이어졌을 때 일본 경제에는 또 다른 형태의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5%중반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미국 금리와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 금리와의 차이가 더욱 확대된다. 높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는 자본의 특성상 엔화는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게 되는데, 최근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0엔을 훌쩍 넘어서며 지난 해의 고점인 150엔 수준을 향해 빠르게 상승(엔화 약세)하고 있다.

엔 약세가 일본 기업의 수출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엔 약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상승하며 일본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최근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4.3%를 기록하며 1981년 6월 기록했던 4.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일본 국민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6월 중순 있었던 일본중앙은행의 금융정책회의에서 우에다 총재는 현재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물가가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지금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가 안정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면 초완화정책에서의 변화도 있을 것임을 언급하며 물가에 대한 낙관적 예측이 틀릴 가능성을 함께 열어두었다.

일본은행 입장에서는 초완화정책에서 벗어나서 글로벌 중앙은행의 흐름에 맞추자니 디플레이션이 두렵고, 초완화정책을 이어가자니 엔 약세가 심화되며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더욱 강해지는 것도 부담이 된다. 딜레마에 빠져있는 일본은행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며, 과도한 엔화 약세에 대해 글로벌 국가들뿐 아니라 일본은행 역시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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