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균형발전의 돌파구와 전향적인 지역금융정책

입력 2023-0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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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목원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우리는 늘 균형발전을 이야기한다. 지난 정부에서도 그 이전 정부에서도 또 이번 정부에서도, 항상 균형발전은 선거에서 중요한 캠페인이자 당선 이후에는 중요한 정책적 지향이었다. 하지만 균형발전이 이렇게 오랫동안 중요한 화두였던 것은 우리가 그것에 지독하게 무능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정책실패의 역사를 끝낼 수 있는가.

최근 한국생산성본부에서는 지역소멸 위기에 대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마스다 히로야 일본우정 사장은 일본의 중핵 도시 구축을 언급하며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중요한 정책으로서 지역 대학과 산업의 육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지역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학과 산업 그리고 금융이 서로 호순환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비로소 지역은 살아나고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금융은 집중과 대형화, 그리고 효율화와 혁신의 역사였다. 금융은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규모수익 체증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그런 분야였다. 일찍이 영국이 그랬고 지금의 미국 금융발전의 역사가 그러하다.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미국의 화려한 금융의 역사는 2009년 금융위기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의 이면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들이 있다. CRA(Community Reinvestment Act, 지역재투자법)와 CDFI(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ions, 지역개발금융) 등 지역의 금융발전과 금융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CRA는 지역 커뮤니티의 신용 요구에 대한 충족을 돕기 위해, 그리고 금융기관들의 지역 내 재투자를 장려할 목적으로 1977년 제정되었으며 지역신용제공에 대해 주 회원은행들을 평가하고 그들에게 유인책을 제공한다. 한국의 지역재투자평가제도가 바로 미국의 CRA를 모델로 만든 것으로서 미국에서는 이 제도가 낙후된 지역 혹은 계층에 성공적으로 신용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CDFI는 미국의 재무부가 펀드를 조성, 이를 지역의 인증 금융기관에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전통적인 대출기관보다 좀 더 유연한 대출을 낙후 지역에 제공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지역 사회에서 경제 성장과 기회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노스다코타은행과 같은, 지역경제의 성장을 위한 지역공공은행의 성공사례도 있다.

시야를 유럽으로 돌려보면, 그리고 좀 더 미래지향적인 금융의 모습을 그려보면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독일의 GLS나 움벨트 은행과 같은 지역의 자발적 요구와 이해를 성공적으로 담고 있는 사회적 은행들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금융중개기관이 특정 고객(기업)과 장기관계를 통해서 그 고객의 정보를 얻고 또 그를 통해 더 밀접한 금융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금융기법인 관계형 금융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것은 지역을 기반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최근 환경오염이나 기후위기대응 등을 금융산업전략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물론 해외의 이런 사례들이나 관계형 금융 등이 그 나라의 실정에 맞게 새롭게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철저한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역의 금융발전과 균형발전을 위한 좀 더 전향적인 시도가 이제 필요하다. 그리고 최근 충청은행 설립 노력은 이러한 시도 중의 하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지역은행의 설립은 지역 내 금융산업의 생산 및 부가가치와 고용의 증가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생산 및 수요 측면에서의 연관관계를 통해 여타 산업의 생산 및 고용증가를 유발한다고 한다. 설립자본금 5000억 원을 가정했을 때 1944억 원의 부가가치와 1166명의 고용이 매년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일부는 지역은행을 신설할 경우 은행 간 과당경쟁과 이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으나, 지역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지역밀착형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이 가능한 금융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진정한 관계형 금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단순히 중앙에서 신용을 할당하여 발생하는 신용 과잉공급 논란이나 중앙의 정책금융을 따내기 위한 지대추구행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역에 은행을 하나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신용공급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금융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충청은행이 조만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하며 새로 설립되는 은행이 진정한 지역밀착 관계형 금융의 모범사례로, 무엇보다 균형발전의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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