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 사이] ⑪ 동맹의 파워 vs 시장의 파워

입력 2022-1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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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치동맹 60개국, 中 교역파트너 120개국

‘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파괴된 세계안보 및 경제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세계무역기구(WTO) 무용론을 시작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연합(유엔),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의 위상이 옛날같지 않은 것이 중국에는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WTO의 역할과 기능이 상실되고, 유엔 안보리 제재도 매번 중국과 러시아에 막혀 그저 탁상공론만 하는 것을 보며 세계 각국이 국제기구의 위상과 합의 사항 이행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국제기구의 합의 사항을 위배하고 제재를 받더라도 이것을 지키려고 하는 국가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흩어진 동맹국가를 규합해 미국 주도의 세계 패권질서를 재구축하려고 한다. 또한 동맹에 의한 힘의 결집만이 급부상하는 중국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美, 글로벌 동맹 통한 중국 옥죄기

트럼프식 중국 견제는 약발이 안 먹힌다는 것을 경험한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한 것은 결국 미국의 자산인 전통적 동맹과 우방을 통한 중국 옥죄기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순히 중국 견제를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세 가지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쇠퇴하고 있는 미국 주도 국제질서를 회복하고,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으로 드러난 미국의 군사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 혼자 중국을 상대하기에는 이미 중국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미국의 77%까지 따라왔고 군사, 기술, 금융 등 여러 방면에서 중국의 굴기가 많이 진행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셋째,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내걸고 향후 벌어질 미·중 신냉전의 전쟁터에서 희생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글로벌 동맹을 재건하고 이를 지렛대로 삼아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신흥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유럽 주도의 러시아 제재가 유례 없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도가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고, 경제 제재와 달리 에너지 제재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속내가 복잡한 실정이다. 결국 미국의 동맹이라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는 민주와 인권, 안보 그리고 경제를 구분해서 자국을 위해 미국과 중국을 오가고 있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에 걸쳐 있는 여러 선진국들을 동맹국으로 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세계 경제의 60%가 넘는다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이 아니라 ‘동맹 우선’으로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처럼 미국과 동맹국들이 힘을 합치면 매우 강력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중국의 동맹국으로 볼 수 있는 국가들은 러시아, 북한, 파키스탄, 라오스, 캄보디아, 이란, 터키, 벨라루스 등으로, 러시아를 빼고는 경제적 파워가 크지 않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미국이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힘을 합치면 중국을 쉽게 견제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中, 경제·자본력 바탕 영향력 키우기

실용주의 외교는 결국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상대 국가를 가능한 한 적으로 만들지도 않고, 적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대략 60여 개국 플러스알파 정도이고, 중국을 투자나 무역의 핵심 파트너로 하는 나라는 120여 개국 플러스알파 정도다. 투자 및 경제협력 등을 제외하고 단순히 국가 간 무역 거래만 보면 2021년 기준 중국을 최대 무역 파트너로 하는 국가는 60여 개국 또는 지역이고, 중국을 2~3위 교역 파트너로 하는 국가까지 포함하면 120여 개국 또는 지역에 이른다. 중국과 동맹은 아니지만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중국 경제와 연동되어 자국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쉽게 중국을 등지고 미국 편에 서기는 어렵다. 경제와 돈의 힘이라는 국익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WTO 가입 이후 중국이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 최대의 경제성장 기여자인 동시에 11년 연속 세계 두 번째 수입국으로서 세계경제에 매우 깊숙이 파고든 결과다. 중국은 미·중 신냉전을 선진국과 개도국 진영으로 양분해 개도국 중심의 주변국들을 우군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중국-아세안 포럼, 중국-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 공동체 포럼, 중국-아랍연맹(AL),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간 경제무역 협력포럼 등 경제력과 자본력을 기반으로 동맹은 아니지만 다양한 국가들과의 협력과 교류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키워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2월 9일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화상으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8개국 정부,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세계 곳곳 독재자들의 영향력 확대를 경고하며 이에 단합해 권리와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2월 9일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화상으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8개국 정부,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세계 곳곳 독재자들의 영향력 확대를 경고하며 이에 단합해 권리와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AP뉴시스

제3지역 국가들 ‘양다리 걸치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약속한 첫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2021년 12월 9·10일 양일간 열었다. 전통 동맹국에 대만까지 포함해 모두 108개국이 초청된 이 정상회의는 중국과 러시아 등 비민주적인 권위주의 국가에 대응해 ‘권위주의 방어’, ‘부패 퇴치’, ‘인권 존중’의 세 가지 주제로 진행했다. 중국은 바로 반응했다. 시진핑 주석은 대만을 초청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불장난을 한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대응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108개 참가국들이다.

과연 이 108개국이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 및 러시아 견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미국 편에 서줄 나라냐는 것이다. 미국이 안보와 경제를 총동원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나라들이 미국처럼 모든 영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재미있는 것은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닷새 전인 12월 4~5일 베이징에서 ‘만주, 전 인류의 공동기회’라는 주제로 국제포럼이 열렸다는 점이다. 중국 국무원과 공산당 선전부 주최로 개최된 국제포럼에 120여 개 국가 및 지역, 20여 개 국제기구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하루 전인 12월 8일엔 역시 베이징에서 중국 주도의 제3회 남남인권포럼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개최되었다. 100여 개 국가와 국제기구의 고위 관계자 및 전문가, 외교사절 등 400여 명의 대표들이 참석한 모임이었다. 남남인권포럼은 개발도상국들의 인권 보호와 재정 협력을 위해 중국 주도로 만들어진 포럼으로, 2017년 12월을 시작으로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다시 말해 캐나다, 호주 등 미국의 일부 동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3지대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변국을 결집해 중국의 약점인 인권과 민주주의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는 반면,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개도국을 중심으로 자기 편을 모으고 있다. 또한 중국은 남남협력 원조기금을 통해 50여 개 개도국 및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100여 건의 생계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오고 있다. 결국 제3세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양쪽을 오가며 생존외교를 하고 있고, 미·중 양국 모두 자국식의 성장 모델과 방식을 내세운 세력 확장을 위해 제3세계 국가들을 이용하고 있다. 즉 미국식 발전모델인 워싱턴 컨센서스와 중국식 발전모델인 베이징 컨센서스가 충돌하며 세계를 양분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베이징 컨센서스가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경제성장 모델로 자리 잡으면서 중국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익 위한 실용외교가 생존 담보

중국은 미국만큼이나 강력한 동맹국은 없지만, 자원과 경제외교를 통한 다자외교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유엔 및 유엔 산하 15개 기구에서 중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등 주요 기구에서 중국인 사무총장이 활동 중이거나 지냈다. 중국의 경제력이 바탕이 된 결과다. 또한 유네스코(UNESCO),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양한 국제기구에 많은 예산과 지원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의 유엔 분담금 순위를 보면 2000년대만 해도 상위 10위권에 들지 않았지만, 2010년 8위에 오르고 2020년에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다. 유엔 분담금은 각국의 GDP 규모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그만큼의 분담금을 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낸 만큼의 권한과 책임, 의무가 있고 그에 대한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맹의 파워와 시장의 파워, 누가 이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국 국익을 위해 실용외교가 생존을 담보할 뿐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 방문학자와 함께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현재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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