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

입력 2022-1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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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전쟁은 노인들이 결정하지만 결국 죽음과 희생은 젊은이들의 몫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1차 세계대전은 오랜 기간 큰 전쟁을 치르지 않았던 인류에게 마치 무슨 큰 국제적 이벤트인 양 처음에는 다가왔다. 평범한 17세 독일 청년 파울(펠릭스 카머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열정적으로 애국과 참전을 독려하는 늙은 교사의 열변에 학생들은 고무되었고, 프랑스 파리를 진격한다는 벅찬 기대로 가슴이 고양되었다. 마치 보이스카우트 캠핑을 가는 양 청년들의 행진은 가볍기만 했다. 그러나 프랑스 동북부 서부전선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그야말로 생지옥 그 자체였다.

독일 작가 레마르크의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1929년에 출판되었고 다음 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배우는 독일인이 아니라 미국 배우였고 대사도 영어였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원작은 다시 한번 미국에서 TV영화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독일 자본과 독일인이 만든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올해 개봉되었다.

레마르크는 실제 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으며 이후 반전 작가로 주목받는다. 전쟁에서 채 꽃이 피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청년들을 보면서 맹목적 애국주의와 제국주의의 탐욕이 얼마나 많은 인류의 소중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모는지 냉철하게 비판한다.

1차 세계대전은 대량 살상의 첫 번째 전쟁이며 온갖 신무기의 경연장이기도 했다. 가스 살포와 탱크, 기관단총이 본격 사용되었고 전투는 참호전으로 벌어졌다. 참호는 장기간 내리는 비로 인해 질척거렸고 폭우가 올 때는 무릎까지 차오르기도 했으며, 고양이보다 큰 쥐가 득실거렸고 병사들은 온갖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주인공 파울은 적군의 심장을 칼로 찌른다. 그렇게 죽은 프랑스 군인의 군복에서 가족사진을 꺼내보며 오열한다. 죽은 군인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집의 사랑받는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전쟁을 일으킨 군 장성들은 고급 와인과 식사를 즐기며 단지 자신의 명예를 위해 전쟁 연장을 고집한다.

결국 독일은 두 손을 든다. 11월 11일 11시, 정전협정을 불과 몇 초 앞두고 파울은 죽는다. 그런 아수라장에서도 독일 사령부는 이렇게 상부에 보고를 한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3차 세계대전도 우습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결코 전쟁은 장난이 아니다.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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