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플랫폼] 온정주의적 복지 예산과 평등한 권리보장의 복지국가 패러다임

입력 2022-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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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람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 중 하나인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는 2023년도 기획재정부의 ‘따뜻한 나라’ 예산안과 보건복지부의 ‘약자복지’ 사업으로 그 첫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2023년에 총 11조 원을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부분에 추가 편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중 노인 기초연금사업에 2조4000억 원, 저소득층의 생계, 의료, 주거급여 및 긴급복지지원 사업에 2조2000억 원, 청년주택 및 목돈마련지원사업에 1조5000억 원, 영아수당 또는 부모급여지원사업에 1조3000억 원,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채무조정지원사업에 3000억 원, 장애인활동지원사업에 2000억 원, 전국민직업능력지원사업에 2000억 원, 교통약자 이용편의증진사업에 1000억 원 등 총 8조3000억 원, 즉 75.45%를 복지 및 고용노동 관련 사업에 편성하였다.

기획재정부는 또한 2023년도 639조 원의 총지출 중 135조 원을 12대 핵심과제에 배분하였는데, 이 중 소득, 일자리, 주거 등의 사회안전망 구축 과제에 31조6000억 원, 장애인, 노인, 아동청소년, 한부모 등 사회적 약자 보호 지원 과제에 26조6000억 원, 청년 자산형성, 주거, 일자리 등 종합지원 과제에 24조1000억 원을 배분하였다.

보건복지부의 약 109조 원 규모 총지출 예산안을 살펴보면 사회안전망, 사회적약자보호지원, 청년종합지원 이외에도 감염병 대응 및 의료기관 인프라 확충 4384억 원, 마음건강 및 건강증진관리 투자 767억 원, 사회서비스 기반조성 614억 원, 디지털 및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307억 원 등을 배분하였다.

장애인, 노인, 아동청소년, 중증질환자, 한부모 여성 가구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예산 편성 증액은 환영할 만하다. 이들을 위한 소득지원액 증액, 의료비지원 확대, 활동지원 및 사회통합 서비스 이용시간 확대, 마음건강, 고립 및 학대 피해 예방 및 회복을 위한 인력 확충, 의료접근성 확대 등 삶의 질에서 핵심 분야에서 그 수준이 개선된 사항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따뜻한 나라 또는 약자 복지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의 복지 비전은 얼핏 온정주의적 복지 이념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온전히 환영하기 힘들다. 열등처우, 즉 본인의 노동능력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에 비해 열등한 수준으로 자선구제를 실시하던 과거 영국의 온정주의적 복지 이념이 떠올라 그 위험성이 우려스럽다.

근대 이후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은 온정주의적 복지 이념에서 벗어나 점차 평등한 권리보장 이념에 기반한 복지국가로의 수렴과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 역시 1984년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1990년 경제·사회·문화권 규약, 1991년 아동권리협약, 2008년 장애인권리협약을 계기로 평등한 권리보장의 복지국가로 나아가고 있었다.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은 권리보장 패러다임에 기초한 복지정책의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2023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하거나 불충분하게 반영된 분야들이 대부분 평등한 권리보장과 동등한 사회참여 분야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관련한 사업의 경우, 지하철 개선 사항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건강권에 필수적인 보건복지 전문인력 확충에 대한 내용은 마음건강 전문인력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사례관리 확대는 있어도 질 높은 사례관리에 필수전제인 전문인력의 양적 확충은 찾기 힘들다.

평등한 권리보장의 복지국가 패러다임은 지속 가능한 한국형 복지국가의 필수전제이다. 그리고 이미 한국의 복지국가 패러다임은 권리보장으로 접어들었다. 시대 역행적인 온정주의의 폐해를 연상시키는 복지 담론과 예산안은 개선이 필요하다.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사회적 합의에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칫 열등한 처우와 예산 공백을 합리화할 수 있는 온정주의적 복지 담론에서 벗어나, 평등한 시민에 대한 법적 제도적 권리기반의 복지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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