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에너자이너’ 양극성 정동장애

입력 2022-09-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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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가 되고 처음 만났던 사람의 이야기다. 34세의 청년이었는데 175㎝의 키에 몸집이 뚱뚱하고 목소리 톤은 항상 한 옥타브 올라가 있고 인물도 훤칠해 눈길을 끄는 스타일이었다. 언제 만나도 밝고 활동적이고 의욕도 넘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처럼 지치지도 않고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유병자이지만 무척 쾌활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그를 보고 있자면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으로 마음이 짠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언제나 꽉 찬 풀 베터리 상태로 방전될 줄 모르는 그의 에너지를 보면서 놀랍기만 했고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것이 그의 증상이란 것을 알았다.

양극성 정동장애, 예전에는 조울증이라고 불렀다. 기분이 들떠 자신감 넘치고 활동적인 조증 상태와 마음이 가라앉는 우울증 상태가 일상을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주기는 개인마다 다르다. 조증만 계속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우울증이 지속되고 조증이 가끔씩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일정 주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평생 몇 번의 조울 증세를 경험하는지, 어느 정도로 심각한 조울 상태를 경험하는지,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이런 연유로 겉보기에는 조울증과는 전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요즘 만나고 있는 37세의 영희(가명) 씨는 조증 기간이라 항상 즐겁고 에너지가 넘친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라 그런지 코로나 시국에도 많은 정보를 파악해 활기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 한다. 얼마나 다행인지 한편으로는 자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저 정도만 돼도 혼자 살아가는 데 걱정을 덜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 속에서 그녀가 느껴야 하는 좌절감과 절망감이다. 언제 우울증이 찾아올지 모르기에 더 걱정이 앞선다. 사람들은 그녀의 병력이나 특성을 모르기 때문에 일반인처럼 대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적응이나 이해력, 수용력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크고 작은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벽에 부딪친 그녀 또한 혼란과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주변인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그녀의 속도에 맞춘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조증이나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 유병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판단과 도움이 필수적이다. 의사소통이 더디다 싶으면 속도를 조금 늦추고 이해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준다면 그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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