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플랫폼] 유럽 재난리스크 경감 로드맵의 교훈

입력 2022-08-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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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람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약 1년 전 독일을 포함한 서유럽은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를 통한 기후위기로 재난을 겪었다. 2021년 7월 14일 시작된 집중 폭우는 약 3일 동안 쉬지 않고 피해 지역에 시간당 최대 180㎜의 비를 쏟아부었다. 당시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 비는 1000년 만의 폭우였으며, 단 이틀 동안 독일과 벨기에,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16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주목할 사실은 폭우 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적시에 조기 재난경보를 받지 못하였다는 점과 경보를 받은 주민들도 재난의 위험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소홀한 대비가 기후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폭우가 내린 지 약 4개월 후인 지난해 11월, 국제연합(UN) 재난리스크 감축 사무국의 유럽지부는 2030년까지 유럽 지역의 재난리스크 경감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이 로드맵은 2015년 발표된 센다이 프레임워크(the Sendai Framework)에 대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보다 실효성 있고 일관성 있는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전략이다. 유럽의 2021-2030 로드맵은 재난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전파, 재난 대응에 위한 충분한 대비, 그리고 포용적 협력적 거버넌스와 재난 레질리언스(resilience·회복 및 적응 역량)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인, 장애인, 여성, 아동 및 청소년, 이주민, 사회적 배제계층 등 재난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정보 접근성과 정책 참여를 모든 세부 전략영역에서 일관성 있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로드맵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더 이상 과거의 재난리스크만이 아닌, 지금 생성되고 있고 앞으로 출현할 수 있는 재난리스크에 대해 사회 전체가 정확히 이해하고 전파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한다. 기후, 인구구조, 생물다양성, 디지털 기술의 변화로 인해 예측되는 재난리스크에 대해, 인접 국가들과 지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제기구와 국가기구가 함께 협력하여 정보와 지식, 기술과 정책들을 마련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전공 영역의 전문가와 일부 정부부처 및 조직에 의한 파편적 분절적 대응은 이미 그 효력을 상실하였음이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난리스크가 연령, 젠더, 장애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빅데이터를 비롯한 여러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분석하는 동시에 재난 취약계층 당사자의 체험에 기반한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모두가 재난리스크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장애인과 산업안전사고 취약계층을 포함하여 재난에 취약한 각계각층의 당사자들을 모든 수준의 재난관리 거버넌스에 참여시키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 시민사회, 공공기관이 재난리스크에 대한 정보와 지식, 자원과 정책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으려면 문제 진단, 정보 생성, 자원 개발, 정책 결정과 집행 및 모니터링 전 단계와 전체 의사결정 수준에 모두가 참여하고 협력하여야 한다. 젠더, 연령, 장애 특성을 감안하여 그에 맞는 재난경보 시스템을 마련하고 대비 및 대응 행동 매뉴얼을 개발하며, 이들이 재난 이후 원활하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유럽 로드맵은 재난리스크는 그 위험과 여파가 상호 연관되고 누적되며, 한순간에 집중되어 대규모로 발생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특정 유형의 재난리스크만이 아닌 다중 재난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경제산업구조 전반을 재난리스크 관점에서 선행적으로 투자하여야 한다. 재난리스크에 대해 금융, 재정, 예산을 투입하고, 이를 위하여 정부와 민간기업, 인근 국가 및 지역들은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기금을 마련하고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2021년 11월 유럽의 재난리스크 경감 로드맵 토론자 중에는 아동 및 청소년을 대표하는 한 여성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세대를 ‘위기의 세대’로 지칭하고 어린 시절부터 금융위기, 건강위기, 생물다양성 위기, 그리고 기후위기의 시대를 거쳐왔음을 담담하게 설명하였다. 지금 한국의 기후가 30년 전과 다르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30년 후 한국의 누군가가 또다시 자신의 세대를 ‘위기의 세대’로 지칭하지 않도록 지금 세대의 행동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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