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슬픈 사진사가 된 기분

입력 2022-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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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초음파 검사를 할 때 가끔 내가 사진관 사장님이 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배를 불룩 내미시고 숨 참으세요. 다시 해 볼게요. 배 불룩! 숨 참으셔야지요.” “아 좋습니다. 잘 나왔어요.”

정확한 영상을 찍으려면 환자의 협조가 필요하다. 배를 불룩 내밀어야 간이 횡경막 아래로 내려오고 숨을 참아야 흔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영상을 찍을 수 있다. 표준 영상이라고 검사를 할 때 꼭 찍어야 하는 포인트가 있다. 간 좌엽 종단 사진, 횡단 사진, 간 우엽 종단 사진, 횡단 사진 등등 표준 영상 순서대로 촬영을 해야 놓치는 부위 없이 샅샅이 간과 담도계를 검사할 수 있다.

사진을 잘 찍어야 하는 이유는 환자들에게 병변을 설명할 때 구체적으로 ‘자, 이 부분 보이시죠? 여기가 이상이 있는 부위입니다’라고 가리켜 줄 수 있을 뿐더러 의사들끼리 소통을 할 때도 정확한 촬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행여 상급 의료기관으로 수술을 위해 전원을 할 경우에 어느 부위에 얼마 크기의 병변이 있다는 소견과 함께 제대로 찍힌 영상을 보내야 의뢰받는 의사도 환자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다. 때론 잘 잡아낸 영상 한 장이 ‘아, 어떻게 이렇게 작은 병변을, 그것도 잘 안 보이는 부위에 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동료 의사들의 칭찬을 들을 때면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영상을 찍을 때 환자의 자세를 고치고 “움직이지 마세요, 숨 참으세요” 등 마치 사진사가 된 것 같이 말하고, 교과서대로 영상을 잘 찍거나 심각한 병이 될 수 있는 병변을 조기에 찾아냈을 때는 행복한 사진사가 된 기분이다.

40대 중반 여성의 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소화 불량으로 내원한 여성의 간에는 배를 불룩 내밀 필요도 없이 숨을 참을 필요도 없이 간 전체를 차지하는 종양이 초음파를 대자마자 화면 가득히 보였다. B형 간염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까지 한 번도 간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만성 B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의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염증으로 간경화, 간암 등으로 진행될 수 있기에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녀는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그것을 간과했다. 숨 참으세요, 잘 하셨어요, 잘 나왔어요, 사진사의 언어는 사라지고 조용히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에서 결과를 설명했다. 큰 혹이 보이네요. 정밀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예약을 해 드릴게요. 아직 자신의 상태가 어떠한지 직감이 오지 않은 것인지 검사를 위해 아침을 굶어 배가 고프다며 쫄면을 먹어도 되는지 물었다. 그래도 된다고 말하는 나는 슬픈 사진사가 된 것 같았다.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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