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민간보험 활성화를 위한 의료자문 제도개선

입력 2022-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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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 규모가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이 금융감독당국의 지도에 따라 실손의료보험 약관에도 존재하지 않는 보험사 내부지침을 통해 실손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바람에 백내장 보험금 미지급 사례가 증가하면서 보험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월까지 보험사들이 실시한 안과 의료자문 건수는 4312건으로 2021년 1년간 안과 의료자문 1970건의 2배가 훨씬 넘는 숫자이다. 이중 손해보험사의 백내장수술 의료자문이 3380건으로 지난해 1년간 1804건 대비 약 2배 늘었고, 생명보험사는 932건으로 지난해 166건과 비교해 불과 넉 달 만에 약 6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백내장에 대한 보험사들의 의료자문이 강화되면서 백내장 수술 후 실손보험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지난 6월 13일 여의도 금융감독원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즉각지급촉구’ 집회를 개최하는 등 문제가 커지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이 백내장수술 보험금 지급심사를 강화하면서 과도하고 불필요한 의료자문을 통하여 백내장수술 보험금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소비자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하며 보험사 임원들을 소집해 소비자 피해방지를 주문하고, 앞서 5월 중순에는 보험사에 실손보험금 지급심사에 의료자문 행위를 남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백내장을 비롯한 의료자문과 관련하여 보험소비자, 보험사 및 의료계 등 이해당사자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의료자문 기준의 객관성 확보 등 개선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보험사기로 인하여 불필요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사례는 철저하게 가려내고 엄하게 벌해야 하지만 의료자문 강화로 관련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것도 금융감독당국과 보험사의 책임과 의무일 것이다.

현재 민간보험 의료자문 제도를 보면, 보험사는 자문의, 소속 의료기관과 전문과, 자문 건수 등의 내용을 보험사나 협회 홈페이지에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가 고시 내용을 보지 않을뿐더러 고시된 내용을 본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고시 내용이 의료자문 심사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의사가 보험사 의료자문 의사를 하면서 억대 자문료를 받았다는 기사만 언론에 나올 뿐이다.

보험소비자가 병·의원을 이용하고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는 경우, 보험사는 환자가 제출한 진료기록만을 가지고 보험사 내부 의료자문 절차를 거친 후 환자가 입원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나 진료소견을 반박하거나 관련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이는 결국 보험사 내부적으로 운영하는 의료자문 제도가 위탁과정이나 의료자문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의료자문을 수행한 의사의 의료기관이나 전문과, 내용 등을 공개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공정성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행 약관상 의료자문 결과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 다툼이 생기는 경우, 제3의 의료기관에서 자문한 결과에 따르기로 하고, 보험사와 보험소비자가 협의하여 인정하는 제3의 의료기관으로 가서 재차 의료감정을 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으나 이는 보험사에 비하여 정보력이나 실행력이 낮은 보험소비자에게 불리하여 대개는 보험사가 지정하는 의료기관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법원의 의료감정제도, 대한의사협회에서 운영하는 의료감정원, 국토부의 자동차공제분쟁조정심의회 등을 벤치마킹하여 제3의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자문기구를 설치해서 의료자문(감정)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의료자문 제도의 개선방안일 것이다.

생·손보와 같은 민간보험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여타 공영보험에서도 의료자문이나 신체장해평가와 관련한 다툼의 소지가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공·사보험을 포함하여 더욱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료자문을 수행하기 위하여 의료자문을 전담으로 수행하는 기관을 설립하거나 객관적인 심의(사)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의료자문과 관련한 문제는 피해자의 보험금 지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피해자와 보험사, 나아가 의사 간에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의료자문 전담기관을 설립·운영할 경우, 해당 전문분야의 숙련된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로만 구성하여 의료자문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 기관에서 공·사보험에 대한 의료자문, 나아가 장해평가나 장해감정까지 모두 총괄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또는 현재와 같이 1명의 의사에 의한 의료자문이 아닌 복수의 전문의사에게 의료자문을 하는 것도 공정성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이다. 아울러 직접 진료한 의사의 진단이나 진료소견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제기하고자 한다면 의료감정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하여 의료감정을 제시하는 의사의 전문과와 전문의 번호, 전문의의 이름 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의학에 대한 전문가로서, 의료자문을 하는 의사가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내걸고 의료자문을 하는 것이 타당하며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거나 보험사가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의료자문의 신뢰성과 정당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조인이 재판에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이름을 공개하고 재판을 진행하고, 기자가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연구자나 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고 논문을 작성하여 자신의 이론을 주장하듯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하여 보험금을 다투는 보험에서 보험금 지급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의료자문에 전문가인 의료인이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못한다면 전문가로서 심각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느껴진다.

의료자문은 보험회사와 소비자 간의 보험금 지급기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내용으로 양측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소비자, 의료계, 보험업계 및 금융감독당국과 관련 부처는 조속하게 머리를 맞대고 의료자문에 대한 제도개선안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의학에 기초하여 공정하고 객관적인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의료자문에 대한 제도개선안이 조속히 만들어져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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