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쌍용차 평택 공장 가보니…"그래도 우리는 차를 만듭니다"

입력 2022-04-14 22:00 수정 2022-04-1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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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티볼리, 코란도 조립 라인 (쌍용차 제공)
▲쌍용자동차 티볼리, 코란도 조립 라인 (쌍용차 제공)

“품질 만족 없이 고객 웃음없고, 고객 웃음없이 우리 미래 보장 없다.”

14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인근에는 비를 머금은 듯한 검은 구름이 낮게 깔려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은 인수ㆍ합병(M&A) 재시도를 앞두고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는 쌍용차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쌍용차 평택공장에 들어설 때도 분위기는 무거웠다. 1979년에 지은 공장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수없이 많은 차가 지나갔을 공정 레일은 색이 벗겨졌고, 레일을 따라 마련된 간이 테이블은 군데군데 손때가 묻었다.

작업자들은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곳곳을 분주히 돌아다닌다. 완성되지 않은 차체를 들락이며 차를 조립한다.

쌍용차는 지난달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을 최종 지불하지 않으며 또다시 M&A 시장에 나왔다.

쌍방울그룹과 KG그룹, 파빌리온PE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등 바깥 상황은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그저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었다.

조립공장 한쪽 벽면에는 “품질 만족 없이 고객 웃음없고, 고객 웃음없이 우리 미래 보장 없다”, “최고 품질 고객 만족 쌍용인은 할 수 있다” 같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재매각을 앞둔 쌍용차 직원들은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하 조립1팀 직장은 “좋은 회사가 우리 회사의 주인이 됐으면 하는 건 직원 모두가 같은 생각”이라면서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품질의 차, 내가 타는 차라는 마음으로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직원들은 재매각을 앞두고 다소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상하이자동차 그룹(SAIC), 마힌드라를 거치며 단순히 인수자가 나타나는 것이 쌍용차가 다시 살아나기 위한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껴서다.

변응연 조립1팀 직장은 “자동차회사는 장치회사다 보니 재무적인 투자가 가능한 회사를 원하는 분위기다. 쌍방울, KG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데, 쌍용을 인수해서 3~5년 이상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를 보고 있다”라며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 매각이 지연되고 있고 새 업체가 인수전에 들어온다고 해도 그 업체가 100% 인수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우려를 섞어냈다.

회생을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이미 2019년부터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제도 축소, 노사 상생 협약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이어오고 있다.

작년 6월에는 단체협상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렸고,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쟁의행위를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자구책으로 영업손실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2018년 618억 원 수준이던 당기순이익은 2019년 3414억 원, 2020년 5043억 원, 2021년 2929억 원 등으로 늘었다.

▲쌍용자동차 차체 제조 라인 (쌍용차 제공)
▲쌍용자동차 차체 제조 라인 (쌍용차 제공)

이날 쌍용차 공장에서는 올 7월 생산을 목표로 하는 신차도 생산 중이다. ‘J100’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이 차는 최초 설계부터 양산까지의 중간 단계인 ‘P2’ 단계에 접어들었다.

직원들은 현재 테스트 생산 중인 J100을 두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변 직장은 “J100은 우리의 생명줄이다”라며 “직원들도 신차에 대한 기대가 크다. 빨리 양산이 됐으면 좋겠지만, 아직 검증단계에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쌍용차의 ‘강성 노조’ 이미지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2009년 소위 ‘쌍용차 사태’로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직원들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선목래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총회를 거쳐서 기존의 노조를 탈퇴하고 13년간 기업 노조로 활동하고 있다”라며 “미래 청사진만 정확하게 그려진다면 지금의 자구책이 조금 더 길어져도 조합원들과 소통을 통해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쌍용 직원들이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버티는 건 결국 쌍용차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정상 급여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회사의 주인이 또다시 바뀔 상황에도 그들은 여전히 쌍용의 직원이기를 바란다.

송영승 조립1팀장은 “중학교·고등학교 각 3년, 대학교를 4년 정도만 다녀도 그리움을 느낀다. 그런데 현재 쌍용차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25년 수준”이라며 “쌍용으로 입사해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등 청춘을 다 보내며 애사심이 크다. 가끔 회사가 밉기도 하지만 내 청춘을 바쳤고, 먹고 살게 해줬으니 회사가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쌍용 평택공장은 직원들의 기대를 안고 오늘도, 내일도 돌아간다. M&A를 앞두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 그래도 쌍용은 차를 만든다. 절실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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