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러시아가 달러 아닌 루블로 채무 이행할 때 벌어지는 일

입력 2022-03-16 11:06 수정 2022-03-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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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 제재의 여파로 100여년 만의 첫 국가부도에 직면했다. 러시아는 이달 중 달러화 표시 국채의 이자 7억3000만 달러(약 9000억 원)을 내야 하는데, 이 가운데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6일(현지시간)까지 1억170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 세계의 제재 때문에 달러화 지급이 어렵다며 루블화로 채무를 이행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달러로의 이행이 아니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된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분수령 맞은 러시아 국가부도의 날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세계의 제재에 고립된 러시아가 국가부도 분수령을 맞았다. 러시아는 16일까지 2023년·2043년 만기 달러 표시 국채의 이자 1억1700만 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시사했고, 지급하더라도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하면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블화로 지급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과 다름없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4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16일에 달러 표시 국채 이자 지불에 대해 달러로 결제하도록 지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 제재로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기 때문에 서방의 금융기관에 의한 주문 처리가 난항을 겪을 우려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루블화로 결제할 것”이라고 했다. 평소라면 상환에 문제가 없지만, 경제 제재로 인해 외화 표시 채무 이행이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달러 표시 채권에는 30일 간의 유예기간이 있어서 16일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바로 디폴트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원리금 지불을 발행 시점의 조건이었던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바꿀 경우 디폴트로 간주될 수 있다. 실제 디폴트가 되면 이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첫 러시아의 국제 디폴트가 된다.

◇“달러 상환 아니면 디폴트”

▲AP뉴시스
▲AP뉴시스
러시아가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채무를 이행할 경우 무조건 디폴트로 간주될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15일 “러시아가 16일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 표시 국채의 이자 지불을 달러가 아닌 루블로 할 경우, 30일 유예 기간이 지나면 디폴트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피치는 지난 8일 러시아의 장기신용등급(IDR)을 ‘B’에서 ‘C’로 6단계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C’ 등급은 디폴트 또는 디폴트와 같은 프로세스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피치의 신용등급 체계에서 C 등급은 통상 파산 상태를 의미하는 ‘디폴트’ D 등급 직전 단계다.

피치는 루블로의 이자 지급이라는 강제적인 지불 의무의 디노미네이션(통화 단위 변경)이 실시되면, 8일 있었던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일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8단계 하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부과된 서방의 대규모 경제 제재로 인해 디폴트 위험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S&P글로벌의 로베르토 시폰 애널리스트도 “(러시아의) 디폴트가 꽤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13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제재로 인해 외화보유고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국가부도 상태에 놓여있다”고 했다.

◇1998년 모라토리엄 데자뷰?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looks at a drug for the treatment coronavirus MIR 19 as he meets with Veronika Skvortsova, a head of Federal Medical-Biological Agency of the Russian Federation in Moscow, Russia, Tuesday, March 15, 2022. AP연합뉴스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looks at a drug for the treatment coronavirus MIR 19 as he meets with Veronika Skvortsova, a head of Federal Medical-Biological Agency of the Russian Federation in Moscow, Russia, Tuesday, March 15, 2022. AP연합뉴스
러시아는 1998년 외환위기로 인해 루블화 표시 부채에 대해 디폴트를 겪은 적이 있다.

러시아는 1998년 8월 17일 모라토리엄(대외 채무 지불 유예)을 선언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 러시아도 그 영향권에 휘말렸다. 러시아 수출의 70%를 차지하던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줄었고, 이것이 정부 재정난을 가중시키며 외환보유고를 축소시켰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단기 국채를 발행했는데, 외국인이 러시아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루블화 표시 단기 국채 수익률이 급등해 이를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이어졌다.

당시 여파로 글로벌 금융계는 패닉에 빠졌고, 미국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붕괴로 이어지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개입과 수십억 달러의 구제금융이 투입됐다.

이번에 디폴트가 된다면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100여년 만의 첫 국제 디폴트다. JP모건체이스는 국제 투자자들이 러시아 기업의 외화 표시 채권의 22%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최근 몇 주 새 주식 등 러시아 포트폴리오에서 17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단지, 1998년과 지금의 차이는 1998년에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돈은 있으나 인위적인 제재로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또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대로 당시의 10배를 넘고 현재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공공부채 비율은 1998년 국내총생산(GDP)의 135%에서 올해 18% 수준에 그칠 전망이며, 외환보유액은 6000억 달러가 넘어 당장 돌아오는 채무를 갚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 세계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다면 대외 위험은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으로 인한 충격파는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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