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어넷 마켓리더스] 실망스런 기관의 몸사리기

입력 2009-02-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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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코스피시장이 美증시 급등에도 불구 외환시장의 불안과 투신권의 매도공세로 3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24일)는 버냉키 연준 의장의 국유화 가능성 일축 발언과 반발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주요지수가 4% 내외의 급등세를 기록했습니다.

美 증시 폭등에 고무되어 1090선에서 갭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셀코리아 행진에 변화가 없고 기관마저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수급이 악화된데다 환율이 1500원대를 사수하자 뒷걸음질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들어 한때 약세반전하기도했던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20p(0.30%) 오른 1067.08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외국인이 502억원 순매도로 12거래일 연속 '팔자' 스탠스를 고수했고, 선물시장에서도 4012계약을 순매도하며 8거래일째 현선물 매도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투신(-1429억원)을 중심으로 기관이 1852억원어치를 내다 팔았고, 개인은 2212억원 매수우위로 대응했습니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055억원) 위주로 1680억원 순매도를 기록, 외국인의 선물매도 기조에 따라 8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였습니다.

버냉키 효과에 힘입어 아시아증시들이 대부분 오름세를 탔습니다.

닛케이지수가 2.65% 오른 것을 비롯해 상해종합지수(0.27%), 항셍지수(1.61%), 가권지수(1.43%), 싱가포르지수(0.15%) 등이 일제히 반등했으나 상승폭은 미국증시에 비하면 대체로 미미했습니다.

통신•IT株 지수방어, 건설株 급락

시작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환율 불안 등에 따른 경계매물 출회와 함께 전강후약 장세로 전개되면서 상당수 업종이 하락세로 전환됐습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포진해 있는 통신(3.46%)과 전기전자(1.67%) 업종이 강세를 유지하며 지수를 방어해준 가운데, 운수장비(0.97%), 보험(0.62%) 등 대부분 업종이 보합권으로 후퇴했고 건설(-5.03%), 기계(-2.21%), 증권(-1.59%)은 시초가대비 크게 밀렸습니다.

지수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2.25%)와 LG전자(3.21%), 대표적 경기방어주인 SK텔레콤(2.09%)과 KT(5.59%)의 기여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간신히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시초가대비 5%~10% 이상 밀린 대형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정 자산운용사가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추정되는 건설주들의 낙폭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3%대 반등세를 보이던 대림산업이 10.42% 폭락한 것을 비롯해 GS건설(-9.61%), 코오롱건설(-6.84%), 대우건설(-5.98%), 동부건설(-5.28%), 현대산업(-4.91%), 풍림산업(-4.89%), 금호산업(-4.80%), 한라건설(-4.58%) 등이 무더기 급락했습니다.

시장에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물을 중심으로 기관이 매물을 쏟아낸 종목들은 장 후반 급격히 무너지는 흐름이 관찰됐습니다.

기관 매물이 연일 출회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 5.96% 하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5.53%), 한국금융지주(-5.28%), 두산인프라코어(-4.92%), 동부화재(-4.53%), 한진해운(-3.56%), 두산중공업(-3.53%), 삼성물산(-3.23%), 대한항공(-2.99%), 기업은행(-2.95%), LG생활건강(-2.88%), 현대제철(-2.72%), 현대건설(-2.65%), STX팬오션(-2.59%), 동국제강(-2.58%), 고려아연(-2.23%) 등 업종을 불문하고 기관들이 내다 판 대형주들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7개 제품에 들어간 독일 식품첨가제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잠정 판매중지 조처가 내려진 오리온이 7.50% 급락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편 태양광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신성홀딩스, 신성ENG, 신성FA 등 '신성 3총사'와 풍력소재산업에 진출한 국도화학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공정위의 합병 승인을 받은 KTF(6.46%)와 삼성테크윈(5.62%), 제일모직(4.44%), 외환은행(3.89%), 현대차(3.26%), 현대모비스(2.53%) 등은 오름세를 탔습니다.

시총 상위주를 중심으로 투신권(242억원 순매도) 매물이 대거 쏟아진 코스닥시장은 장 후반 급격히 무너지며 2.17%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대장주 셀트리온이 투신(자산운용)의 매물폭탄으로 가격제한폭까지 밀리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태웅(-2.11%)에 넘겨줬고, 서울반도체(-10.57%)와 평산(-9.25%), 태광(-8.83%), 성광벤드(-8.05%), 주성엔지니어링(-11.96%), GS홈쇼핑(-7.27%), 포휴먼(하한가), SSCP(-12.54%) 등 투신의 매물세례를 받은 시총 상위주들이 무더기 급락세를 연출하며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심리가 무너진 대부분의 테마주들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전국 행정기관들의 관광계획 발표와 관련 테마파크 조성 기대감으로 중앙디자인(11.58%), 시공테크(7.62%), 희림(1.88%) 등의 인테리어 설계 시공관련주들이 차별적인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12월 결산법인들의 감사가 한창인 가운데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제시를 거절당한 소예는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밀렸습니다.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불안심리 지속

강하게 출발했던 증시가 외국인 매도와 함께 꼬리를 내리자 1499원으로 출발했던 원/달러 환율은 월말 수입결제 수요 매수주문과 더불어 이내 1500원대로 올라선뒤 빠르게 낙폭을 축소, 전일대비 0.30원 내린 1516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환율상승을 용인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도 이날 달러 매수심리를 자극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불확실성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4일 정권붕괴로 IMF 구제금융까지 불투명해진 라트비아 국채의 신용등급을 BBB-(장기)/A-3(단기)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고, 올해나 내년 안에 추가 강등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정크본드 수준입니다.

S&P는 아울러 인근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며 "동유럽이 역내 경제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해 이미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진 루마니아를 비롯해 불가리아, 헝가리, 라트비아 등 발트해 3국의 지속되는 금융위기가 세계 '2차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은 여전합니다.

서유럽 은행들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신용 경색 등 국제금융시장을 대혼돈에 빠뜨릴 수도 있는 동유럽발 금융위기 트리거는 미국은행들의 국유화 논란 희석에도 불구 여전히 위태롭게 작동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간밤 뉴욕증시는 버냉키 의장이 '국유화 가능성 일축'을 빌미로 급등했습니다. "은행들의 국유화를 공식화함으로써 프렌차이즈 가치를 훼손하고 심각한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는게 부인 이유입니다.

미리 국유화 카드를 내밀어 민간은행들의 자율적인 구조조정과 생존 노력까지 저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금융지원(국유화)이 불필요한 은행들까지 국유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줘서는 안되고, 또 비용효율성 측면에서 금융지원 규모를 최소화하는게 타당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씨티그룹 등 일부 부실은행들의 국유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정부는 이미 우선주로 출자한 지분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마디로 신규 자금수혈이 없는 정부지분 확대방안입니다. 실질적인 은행의 유동성 개선 없이 정부지분만 늘어나, 사실상 국유화로 이어지는 방안인 셈입니다. 이경우 껄끄러운 '감자'는 피할 수 있겠지만 정부지분만 늘어난다고 해서 은행의 신용도가 올라가고 신용경색이 풀릴지는 의문입니다.

때문에 국유화 논란은 앞으로도 쉽게 진화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처럼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국유화란 단어의 사용 자체를 꺼리고 국유화 가능성을 액면 부인만할 것이 아니라 '선별적인 국유화'를 인정하는게 불확실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길일 것입니다.

간밤 뉴욕증시는 국유화를 부인하는 버냉키 효과에만 주목했지만 버냉키 의장은 다소 어두운 경제전망 코멘트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내년부터 경제가 회복되려면 정부와 의회, 연준이 취한 조치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해야만 한다", 즉 경제회복은 적어도 내년부터 가능하며, 그 전제로 정책효과가 가시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내놓은 수많은 정책들이 계획했던대로 효과를 낼지는 두고볼 일입니다. 공화당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경기부양책의 효율성을 문제삼아 정부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24일(현지시간) 저녁 열린 양원 합동 연설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과거보다 더욱 충만해졌다”며 준비한 정책 제시와 함께 위기극복 의지를 피력했지만 같은 시간 나스닥 선물은 소폭 하락했습니다.

다양한 정책 제시에도 불구 금융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어두운 경제의 탈출구도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S&P500지수는 전저점 부근에서 반등한 모습입니다.

낙폭과대 이후 기술적 반등을 일단 충족한 뉴욕증시가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해 보입니다.

다양한 불확실성 등 증시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기관들은 이날 국내증시를 끌어내렸습니다. 특히 모 자산운용 관련주들이 집중 매물을 맞으며 돋보이는 급락세를 연출했습니다.

기관들이 단기 대응에 있어 현명함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몰라도 적립식 펀드 모집과 함께 장기 가치투자문화 정착을 부르짖던 기관들이 그들만의 역량을 살리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상당부분 펀드 환매에 대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최근 밸류에이션 잣대와 무관한, 시장의 변동성만 높여놓는 기관의 몸사리기는 진정한 가치투자를 배우려하는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분명 좋은 모습이 아닌 듯합니다.

본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으며 필자와 슈어넷(www.surenet.co.kr)의 동의가 없는 무단전재 및 재배포는 위법행위입니다.

[ 자료제공 : ‘No.1 증시가이드’ 슈어넷(www.surenet.co.kr) 전화 : 02-835-8535 ]

<이 기사는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종류의 투자와 관련해서도 본사의 의도가 담겨지지 않음을 밝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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