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일, 삶, 배움] 인공지능과 전문대학의 미래

입력 2022-0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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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지방 4년제 대학 합격자가 올렸다는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9등급으로 대학에 합격하였으며 심지어 수능 미응시자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해당 학교는 학교 명예 때문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기관은 이를 불허하였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이유는 대학 입학정원에 비해 학생 수가 현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이 위와 같은데 2년제인 전문대학의 학생 수 감소 문제는 4년제보다 더 심각하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것이 거의 정설처럼 굳어지는 추세이다.

전문대 학생 수 급감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준칙주의로 대학 설립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수가 급증하였다. 4년제 대학 입학자 수는 1995년 28만3000명에서 2010년 38만1000명까지 지속해서 늘어나지만, 전문대는 1995년 22만3000명에서 2001년 32만2000명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향세를 이어 왔다. 2000년 초반 이후 전문대 입학자원 감소는 2002년부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진학이 전문대로 이어지기보다는 4년제 대학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전문대 입장에서 보면 4년제 대학의 입학정원 확대와 함께 전문대가 4년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전문대 교육과정과의 무차별성으로 인해 필사적인 살아남기가 시작된 것이다.

전문대는 생존의 문제를 교육 경쟁력 강화와 4년제와의 차별성에서 찾기보다는 전문대학에서 전문대학교로의 명칭 변경이나, 학장에서 총장으로 직위 변경, 간호학과 4년제 전환 같은 4년제 따라 하기 정책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손쉬운 입학자원 다변화 지원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전문대는 전문대 고유영역의 교육과정을 4년제에서 실시하는 것에 대해 교육과정 차이를 망각하는 정책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저지했어야 했다. 또한 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 교육의 질을 높이고 4년제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각종 지원정책과 규제를 요구했어야만 하였으나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는 지금까지 전문대의 장점과 차이점을 부각시키지 못한 패착이라 말할 수 있다.

이전부터 정부는 특성화고와 전문대를 연결하는 ‘중소기업 기술 사관’, ‘계약학과’, 산업체와 전문대를 연결하는 도제 방식의 ‘P-TECH’, ‘전문대특성화사업’ 등을 통해 전문대를 지원해 왔다. 2021년에는 전문기술석사과정에 한해 전문대에서도 석사학위를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올해 들어 전문대는 서울 유명 대학을 제외하고 일반 4년제 대학을 포함한 전문대에서 전공에 따라 수업연한 자유화, 평생교육 차원에서 재직자 재교육, 전직,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 학위 지원, 지역 특화산업 연계,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와 같은 학생 수 확대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의 질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 요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지원 방식은 성인 학습자, 산업연수생이 몰려 있는 지역 산업단지에서 가까운 일부 전문대의 경우에 한해서만 유리한 지원 방식일 뿐이다.

야박하게 말하면 단기간 학생 수급에서 유리할지 모르지만 4년제와의 차별성 부각과 전문대 상품의 질 향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며, 교육기관으로서의 본질에 어긋나는 지원정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문대가 요구하는 정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학생 수요자의 교육비 지출이 거의 무료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대 교육의 질 강화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인공지능 발전으로 고급기술자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이보다 많은 초·중급 기술자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 세계 미래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기업의 전문대 졸업 초·중급 기술 수준 인력에 대한 요구는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전문대는 4년제 따라 하기보다 설립 고유 목적의 정체성을 복원·유지하는 노력이 더 요구된다. 전문대의 정체성을 침범하는 4년제 대학 정책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차별성 없는 정체성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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