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반복되는 인재(人災)…중대재해법으로 막을 수 있나

입력 2022-01-07 16:12

▲6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큰불이 나, 이 불을 끄기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했던 이형석 소방위(왼쪽부터)와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 등 소방관 3명이 갑자기 재확산한 불길에 고립됐다가 끝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6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큰불이 나, 이 불을 끄기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했던 이형석 소방위(왼쪽부터)와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 등 소방관 3명이 갑자기 재확산한 불길에 고립됐다가 끝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지난 5일 발생한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진화 작업에 나선 소방대원 3명이 순직했다. 지난해 6월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김동식 소방관이 순직한지 6개월 만에 발생한 참변이다.

숨진 소방대원들은 모두 송탄소방서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로, 각각 28년 차 베테랑·예비 신랑·8개월 차 새내기 소방관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은 6일 오전 9시 8분경 화재 현장에 투입된 지 약 24분여 만에 교신이 끊겼다. 이후 약 3시간 뒤인 낮 12시 20분 즈음에서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대원들의 장례는 8일 경기도청장(葬)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인명피해 낳는 물류센터 화재...구조상 화재에 취약

▲5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의 물류센터 공사 현장. (연합뉴스)
▲5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의 물류센터 공사 현장. (연합뉴스)

그동안 냉동창고, 물류센터 등에서 발생한 화재는 매번 큰불로 이어지며 막대한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일으키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 발생한 화재 사고는 2020년 4월에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다. 당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무려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7월에는 용인시의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앞서 2008년에는 이천에 위치한 냉동창고 화재로 무려 4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같은 해 12월에는 서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는 등 유사한 화재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이처럼 냉동창고, 물류센터에서 일어나는 화재 사고가 유독 큰불로 번지는 건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 때문이다.

건물 규모가 방대한 데다, 불에 약하고 탈 경우 유독가스를 내뿜는 스티로폼 재질의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돼있어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일반 건물과 달리 유리 창문이 없거나 적어서 화재 발생 시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점도 화재 규모를 키우는 원인이다. 각종 물건이 미로처럼 겹겹이 쌓여있는 미로 같은 내부 구조는 대피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냉동창고의 경우 냉기 보존을 위해 격벽으로 돼 있어 일반 물류창고보다도 화재에 취약하다.

결국엔 ‘인재(人災)’...중대재해법이 예방책될까

▲지난해 6월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 (뉴시스)
▲지난해 6월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 (뉴시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화재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 대부분의 화재가 관리 부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재(人災)기 때문이다.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가장 대표적인 인재 사례다. 당시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초기 진압에 어려움이 생겼는데, 이는 관리자가 스프링클러 작동을 오작동으로 오인해 반복해서 끈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현장 근로자가 ‘탄 냄새가 난다’며 화재 가능성이 있음을 관리자에게 알렸으나 관리자가 이를 묵살하며 화재를 키우기도 했다. 이에 쿠팡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수사 결과 시공사가 용접작업 과정에서 방화포와 방호문 등 기본적인 방호조치를 하지 않고, 화재 감시자나 임시 소방시설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며 전형적인 인재로 밝혀졌다. 같은 해 7월 용인 물류센터 화재 역시 시설관리 업체 측이 물탱크 청소를 위해 물을 빼는 과정에서 전기 히터 전원을 끄지 않아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달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인재로 발생하는 화재를 예방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에 안전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현장에서 화재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법에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에게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점검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5일 발생한 화재와 관련, 공사 과정 전반에 걸쳐 안전수칙 위반을 비롯한 위법사항 여부와 화재 원인 단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또한 7일 안전진단이 마무리된 뒤 이르면 내주 초에 소방당국과 함께 합동감식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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