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단 하루가 남은 것처럼 사랑하라, 원데이(One Day)

입력 2021-1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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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가을이 깊어지고 낙엽이 쌓여간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이럴 때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과 함께 가슴 시려 사무치는 멜로물 한 편에 푹 빠지고 싶어진다. 요즘 여기저기서 유혈이 낭자한 잔혹극만 보여 더욱 그러하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고 이루어질 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사랑의 절대 명제는 그간 많은 영화의 화두로 되풀이되었다. ‘첨밀밀’과 ‘비포 선라이즈’가 먼저 떠오르고 한국 영화 ‘클래식’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원데이’는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남녀의 엇갈리는 행로를 무려 20년 동안 인내심을 갖고 그려낸다.

이 정도의 감성이 먹힐려면 주인공 여배우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헤서웨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남자주인공은 휴 그랜트, 주드 로 등의 계보를 이을 짐 스터게스가 든든히 뒤를 바쳤다. 바람둥이지만 밉지 않는 캐릭터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있지 않다.

작가를 꿈꾸는 엠마(앤 해서웨이)는 대학 졸업 파티에서 오래전부터 짝사랑하는 덱스터(짐 스터게스)를 만나 얼떨결에 하룻밤을 보내지만,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덱스터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자신과는 처음부터 궁합이 맞는 사이가 아님을 깨닫고 애써 그와 거리를 둔다. 이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긴 세월이 흐르고 우여곡절이 있어야 했다.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원작 소설의 저자인 데이비드 니콜스가 직접 시나리오에 참여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출을 맡은 론 쉐르픽 감독은 “원작과 시나리오 모두 데이비드가 직접 집필했기 때문에, 두 작품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와 함께한 작업은 정말 특별하고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특히나 이 영화는 파리와 런던의 고풍스런 거리와 건물의 풍경을 담고 있고 에든버러의 아름다운 자연을 극적으로 카메라가 담아내며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에든버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홀리루드 파크의 정상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올 것이다. ‘노팅 힐’의 주제곡 ‘She’의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인 엘비스 코스텔로가 ‘스파클링 데이(Sparkling Day)’로 우리의 ‘갬성’을 일깨운다.

결국 인간의 행복과 사랑도 단 하루에 벌어지는 감정이 쌓이면서 한 사람의 삶 속에 완성된다. 제목에서 굳이 ‘원 데이’라고 명시한 작가의 의도는 오늘 주어진 하루가 마치 마지막 우리에게 주어진 1일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라는 것일 게다. 그렇게 산다면 삶이 한결 달라 보이고 순간순간 새로운 희망이 새롭게 움틀 거라 믿기 때문이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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