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입력 2021-10-14 05:00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지병원 외래교수

민지(가명)는 귀엽고 깜직한 외모의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다. 외동딸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소위 말하는 남부러울 게 없는 환경에서 자라 왔다.

그런데 민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어머니는 민지의 학업에 신경 쓰게 되면서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며 너무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점점 초조해지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민지를 붙잡고 앉아 함께 공부하는 걸 도와주느라 하루 해가 지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러면서 민지에게 짜증과 화를 내게 됐다.

“평소에는 ‘이쁘다’ ‘착하다’ ‘똑똑하다’ 칭찬 일색이다가 책상에만 앉게 되면….”

“앉게 되면, 야단 일색이 되는군요.”

“…”

“사실 ‘우리 딸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너는 축복받은 아이야’ 등의 찬사는 기본적인 자존감, 안정감은 향상시켜 줄 수 있지만, 특정 행동을 개선시켜 줄 수는 없습니다. 방향성과 목표가 뚜렷한 칭찬을 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께서 식사를 차렸는데, 남편분께서 ‘당신 요리 솜씨 최고야’라고 하면 밥, 찌개, 반찬 중 어느 게 맛있단 건지 알 수가 없지요. 그런데 ‘당신 된장찌개 간이 딱 내 입맛에 맞아’라고 하면, ‘남편이 이 정도 짠 것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다음부터 그 정도의 간을 유지하게 되듯이요.”

민지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공부할 때는 칭찬하려 해도 할 게 전혀 없다고 한다.

“칭찬을 하려면, 민지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보셔야 합니다. 어제 산수 여덟 문제를 맞혔는데 오늘 아홉 문제를 맞혔다면, 그 부분을 짚어서 칭찬해 주세요.”

그 후 민지의 학습 능력은 이전보다 많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부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수개월 후, 민지 어머니는 다시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찾아왔다.

“우리 애는 참 못 말려요.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아이돌 춤을 따라 추는데, 마치 물 만난 고기 같다니까요.”

“하하, 바로 그겁니다.”

“네?”

“칭찬으로 고래를 춤추게 할 수는 있지만, 뭍에서 살도록 할 수는 없잖겠습니까? 그게 칭찬의 한계입니다.”

“그럼 어떡하죠?”

“학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학습’입니다. 하지 말라고 굿을 해도 즐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이를 밀어주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사실 민지 부모님은 아직도 민지가 공부로 성공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전보다는 유연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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