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이들의 '책임 정치'

입력 2021-09-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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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실 직원들 목 날리고, 장렬하게 나 죽겠다고 배 째는 게 멋있다고 생각되나?”

며칠 전 국회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이런 게시물이 올라왔다. 책임을 강조하며 의원직 사퇴 카드를 꺼내 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한 글이다.

먼저 의원직 자리를 내 놓은 건 윤 전 의원이다. 윤 전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친의 땅 투기 의혹이 밝혀지자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당 지도부가 만류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이런 것이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뒤이어 이 전 의원도 의원직 자리를 걸었다. 결은 다르지만,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벼랑 끝에서 초강수를 둔 것이다. 사퇴안은 본회의에서 처리됐고 이제는 전 국회의원 신분이 됐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책임지는 정치’를 택했다는 사실이다. 윤 전 의원은 정치인의 책임, 이 전 의원도 정치인으로서 역사적인 책임을 강조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되려던 이들이 책임지려던 건 무엇일까. 두 사람은 어떤 책임을 생각하고 의원직 사퇴를 내걸었을까. 그 책임의 결과는 어땠을까. 윤 전 의원은 어느덧 사람들의 기억에서 잘못이 잊혔고 이 전 의원은 호남에서 지지율 상승이라는 효과를 얻었다. 두 사람 개인에겐 이익으로 남았지만, 어떠한 정치적 책임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사퇴로 피해를 본 건 죄 없는 보좌진이다. 가뜩이나 ‘파리 목숨’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수장의 사퇴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책임지는 정치를 선보이겠다던 두 전직 의원은 자신들의 최측근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꼴이 됐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시민들에게 지속해서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평소에 자신을 보필하던 직원조차 책임지지 못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진짜 ‘책임지는 정치’를 보여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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