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술에 의존하는 사람들, 술은 해결책이 아니다.

입력 2021-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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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대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라진 풍경이 하나 있다. 그것은 중장년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여기저기 술판이 벌어지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해 쓰러져 있거나 취객들 간 시비가 붙어 다투는 모습 등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장기화된 코로나19 여파로 술판이 보이지 않는다. 술판이 사라진 것은 반가워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술까지 끊은 것은 아니다. 장소만 바뀌었다는 것뿐이지,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들이 많아졌다.

박모 씨와 조모 씨가 그중 하나다. 60대 후반인 박모 씨는 막걸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오래전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간경화, 고혈압 등 신체질환으로 먹는 약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는 날부터 돈이 떨어지는 날까지 술에 취해 산다. 건강을 생각해 술은 그만 마시고 식사를 하라고 하면 막걸리가 밥이란다. 70대 중반인 조모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잠을 잘 수 없어 매일 저녁 소주 한두 병은 기본이고 서너 병을 마시는 날도 허다하다. 분명 알코올 의존을 넘어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지만 자신은 중독은 아니라며 부정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이분들처럼 술에 의존해 사는 중장년 남성들이 너무 많다. 실직, 사업 실패 등 저마다의 사정으로 사회적 역할을 상실한 후 경제적 스트레스, 대인관계 축소, 가족 간의 갈등, 이혼 등으로 인한 고독감, 신체적 기능 약화까지 다양한 문제와 부딪치면서 절망뿐인 현실이 괴로워서, 잊기 위해 술에 의존한다. 이들은 맨정신으로는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고, 잠이 안 와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술을 찾지만 결국은 현실도피이다. 술을 마신다고 우울한 기분이 사라지거나 잠을 잘 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술이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이 감정을 왜곡하거나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제어해 주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뿐이라고 말한다.

술에 의존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음주 문제를 자각하거나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박모 씨도, 조모 씨도 금주를 권하면 “나는 문제없다, 이 정도는 괜찮다”며 현실을 부정한다. 설령 금주를 시도한다 해도 중도 포기하고 도로 원상태로 돌아가 상담자를 맥빠지게 만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적인 폐해 때문이다. 한두 잔 매일 마시는 술이 잠시 잠깐 위안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우울감이나 불안한 감정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 충동까지 야기한다. 실제로 자살 시도자나 자살 사망자의 상당수가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절망뿐인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술은 해결책이나 탈출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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