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페미 논쟁”을 부추기는 ‘분리와 군림(Divide and rule)’ 전략

입력 2021-08-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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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지난 8월 초, 2020 하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 사태로 1년 늦춰진 이번 올림픽의 공식 명칭은 ‘Games of the XXXII Olympiad’이다. 전 세계인이 모여 스포츠 경기(game)를 하는 이 축제의 주인공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경기자들(players)이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도 공정하게 경쟁하는 그들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축제의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때 아닌 ‘페미 논쟁’이 펼쳐졌다. 양궁 대표 안산 선수가 숏컷을 한 것에 대하여 선수의 개인 소셜미디어에서 질문답변이 오갔고, 그것을 본 일부 사람들이 해당 선수를 ‘페미니스트’로 규정하고 비판 또는 응원 거부를 하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숏컷을 한 여성은 페미니스트일 확률이 높다”는 식으로 본인들의 경험에 근거(?)하여 개인의 외모를 신념/사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고정관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가진 이들은,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세대를 넘어 존재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고정관념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 ‘안티 페미니즘’ 또는 ‘반여성주의’의 망령이다.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20대 남성들에게 나타난다 ‘알려져 있는’ 이 반여성주의의 실체는 무엇일까?

페미니즘은 남녀차별에 반대하는 사상이다. 남성중심주의적인 사회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남녀차별은 오랜 기간 역사와 함께하며 인류를 괴롭혀 왔고, 우리 사회 역시도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사회 인식이 점차 바뀌어 가고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성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현재의 상황 속에서, ‘페미 논쟁’의 한 축인 반여성주의자로 20대 남성이 지목되고 있다. 현재의 20대가 이전 그 어느 세대보다 남녀평등과 공정에 민감함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질문은 누가 ‘이대남’을 여성주의자와 대립시켰는가 하는 것이다. 남녀차별을 당연시했던 기성세대의 흔적과 차별을 막으려는 제도 속에서, 20대 모두는 성별을 떠나 크고 작은 불편함을 느낀다. 자기표현에 자유로운 이 젊은 세대는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데, 누군가가 이 틈을 노려 ‘반여성주의 남성’과 ‘여성주의 여성’으로의 편가름을 시도한다. ‘Divide and rule’ 전략이다.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집단을 둘 이상의 집단으로 분리(divide)하여 그 힘을 약화시키고 그 위에 군림(rule)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배/정치세력들에 의하여 활용되어 왔다. 남녀차별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다.

페미니즘을 몰랐던 세대, 페미니즘을 무시했던 세대의 정치세력이 페미니즘을 맞닥뜨린 세대, ‘공정’을 살아가려는 세대를 편가른다. 갈린 양극단에서는 성평등주의인 ‘페미니즘’도 20대 남성이라는 표현인 ‘이대남’도 서로를 비난하는 혐오의 표현으로 변질된다. 차별이 불편한, 그리고 제도에 얽매인 것이 답답한 ‘젊은 세대’의 하소연은 편 가르기 주체에 의해 싸움의 연료로 탈바꿈된다. 그렇게 20대는 극단의 전쟁에 휩쓸린다.

뻔한 결론이지만, ‘Divide and rule’에 대한 최선의 대응 전략(best response strategy)은 연합이다. 연합하여 전체의 적과 싸워야 한다. ‘페미니즘’이 아닌 ‘불공정’과 싸워야 하고, ‘여성가족부’가 아닌 ‘셧다운 제도’와 싸워야 한다. 간교한 어부의 어부지리 전략에 빠지면 여성과 가족을 무시하는 집단으로 치부되어 사회에서 셧다운 되거나, 남녀평등을 잃고 불공정과 시대착오적 제도만 안고 가게 될지도 모른다. 공공의 적은 ‘Divide and rule’을 하려는 그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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