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미련 가득 연애물 ‘체인지데이즈’·‘환승연애’

입력 2021-07-22 16:47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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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저 말에 마음이 툭 하니 내려앉았지”라고 말하던 라떼들이라면 알만한 그 대사. 영화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가 담담하게 하지만 애틋하게 뱉은 말인데요.

영화, 드라마만큼이나 노래도 이처럼 이별의 때를 그리고 이별 후를 그리워하고, 괴로워하는 심정을 담은 내용은 넘쳐나죠.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리고, 당신을 미워해야만 하는 체념 가운데 다음 사람에게는 그러지 말아 달라는 눈물 어린 당부까지… 그 쏟아지는 미련과 후회는 이들만의 분야라고만 생각했었는데요.

그런데, 그 ‘미련’이 예능프로그램까지 진출하고야 말았습니다. 최근 무한한 관심을 끌고 있는 연애 예능프로그램 ‘체인지데이즈’와 ‘환승연애’ 얘기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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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서로 호감을 표현하던 연애 버라이어티가 인기 있던 그때 2000년대 초반. SBS ‘연애편지’ MC 강호동이 사정없이 남자 연예인을 향해 “사랑합니까?”를 되물었고요. 대놓고 ‘짝짓기’라는 이름의 매력 뽐내기도 이어졌죠. 하지만 이 모두 ‘예능꾼’ 연예인들의 ‘방송일’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시들해졌는데요.

이후에는 일반인들이 나와 서로의 반쪽을 찾는다는 ‘짝’부터, 몽글몽글한 만남과 썸을 보여주는 ‘하트시그널’, ‘썸바디’ 등이 등장했죠. 이 프로그램들은 시즌2, 시즌3을 이어가며 ‘연애’와 ‘사랑’을 담은 주제는 중박 이상을 친다는 ‘공식’을 증명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이제는 첫 시작이 아닌 마지막, 혹은 그 마지막 이후를 대놓고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흥미진진한 그들의 ‘연애 뒷이야기’까지 공개되는 호기심까지 추가하면서 말이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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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v‧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체인지데이즈’는 딱 이별 직전을 보여주는데요. 시들해진 감정과 마음으로 이별과 만남 연장의 경계선에 선 커플들이 모였죠. 총 3 커플이 등장해 서로의 현 감정을 드러내고, 처음 만난 커플의 상대편과 데이트를 즐기는 위험천만한(?) 과정을 이어갑니다.

내 남자친구가 대놓고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모습, 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행복한 모습을 ‘나의 동의’하에 보게 되는 거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 이 복잡미묘한 시선과 감정에 시청자들은 흠뻑 빠져들게 되는데요. ‘커플 새로 고침’이라는 부제답게 마지막 방송 때 F5(새로 고침) 버튼이 복잡한 화살표를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죠.

티빙 ‘환승연애’도 이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환승연애는 정말 끝이 난 이들을 불러보았는데요. 이별한 4 커플이 과거의 연인인 X와 함께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이들을 다시 이어주는 프로그램은 아니고요. X과의 추억을 잊지 못한 이들과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싶어 NEW 연인을 찾는 이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심지어 아직 누가 전 연인인지 모두 밝혀지지도 않았는데요. 시청자들은 저 남자의 저 여자의 X는 누구일까 하는 고도의 추리극까지 펼치며 열광하고 있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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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보다 전에 아예 법적 도장까지 찍어버린 돌싱들이 다시 만나는 프로그램도 등장했었는데요.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입니다. (비록 출연진들이 모두 연예인이었지만) “다 끝나버렸어”의 진정한 끝에 선 과거 부부들의 만남으로 큰 관심을 끌었죠. 물론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만 했던 이들이 가족과 아이들, 그리고 미안함과 추억을 공존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줬습니다.

이런 끝을 다시 끄집어내는 프로그램의 인기는 무엇일까요? 사랑해서 만나고, 여러 오해와 감정이 시들해진 위기의 권태기를 지나 이별로 가는 과정이 이렇게 한 줄로 정리될 매끈한 스토리는 될 수 없다는 것. 당사자가 아니고선 알 수 없는 수많은 일이 현재의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 이 모든 것에 공감하며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낀다는 점인데요.

특히 그 ‘미련’이 영상 속 당사자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체인지데이즈’의 한 여성 출연자는 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차박’(차로 캠핑하는 것)을 하는 모습을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친절한 그의 태도와 다정한 눈빛을 사진으로 보게 된 여성 출연자는 눈물을 쏟고 맙니다. 10년이라는 연애 기간에 감정이 무뎌졌다던 말은 온데간데없는 눈물이었죠.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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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에서도 눈물은 계속되는데요. 특히 항상 자신에게 꽃을 사다 줬던 X 남자친구가 꽃시장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된 여성 출연자는 자신과의 추억을 기억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X 남자친구의 새로운 데이트에 끼게 되죠. 그런데 정작 그 X 남자친구는 그녀와의 꽃 추억은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고, 다른 여성 출연자와의 만남에 낀 X 여자친구를 원망하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당혹스러운 그의 태도에 여성 출연자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마는데요.

추억 속 그 아름다웠던 순간이 상대방도 같은 순간으로 기억할 거란 그 ‘미련’. 하지만 너무나 냉정하게도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가사(이소라 ‘바람이 분다’)가 박히고야 마는데요.

잊었다면서, 끝났다면서 놓지 못하는 그 ‘미련’이 답답해하면서도, 끌리는 그 공감대는 바로 시청자들 각각의 ‘추억’에서 오는 거겠죠? 나도 한 번쯤은 다시, 그 사람도 같은 마음으로 기다리진 않을까 하는 ‘미련 한 스푼’. 이렇게 또 부질없이 쌓여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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