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단골'로 신용평가?…허점 드러난 '플랫폼 금융'

입력 2021-04-15 05:00

비금융데이터 '조작 대출' 악용

"오픈마켓 매출·후기, 신용에 반영"
리뷰 10건당 6만원 허위거래 횡행
금융위 "오차 범위" 안이한 해명만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경기도 부천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 A 씨. 그는 요즘 홍보대행사에 의뢰해 배달 앱 허위 리뷰·주문 작업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최근 경쟁 업체의 리뷰ㆍ주문 건수가 크게 늘어 A 씨 가게보다 앱상에서 상위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앱에서 가게가 상위에 노출될수록 소비자의 눈에 더 잘 띄고, 실제 주문으로도 이어진다. ‘정직함이 무기’라고 생각했던 A 씨는 최근 금융위원회의 플랫폼 금융 대출 정책을 보고 고민이 더 깊어졌다. 리뷰와 주문 건수에 따라 대출 신용도도 올라간다.

금융위는 1월 언택트 금융 서비스를 위해 ‘플랫폼 금융’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플랫폼 금융이란 플랫폼에 축적된 대규모 데이터 등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는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의 매출, 소비자 평판 등을 가리킨다. 네이버 스토어와 같은 오픈 마켓과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앱에서의 사용자 리뷰와 주문 건수를 뜻한다.

금융위는 플랫폼이 보유한 비금융정보 등 빅데이터를 신용평가와 같은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비금융정보만을 활용해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비금융 신용평가사(CB)의 설립을 허가하고 진입 규제를 낮추는 것이 대표적이다.

비금융 CB사란 개인의 소득, 부채, 재산 등을 따져 신용을 평가했던 기존의 방법에서 탈피해,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라면 이 개인 사업자의 주문 건수, 작성된 리뷰 등으로 신용을 평가하는 것이다. 비금융 CB사가 자리 잡으면 대출이 힘들었던 플랫폼 사업자에겐 대출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문제는 비금융 CB사가 평가할 비금융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조작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 채팅방에 ‘가구매’를 검색하면 수십 건의 채팅방이 나온다. 채팅방은 판매자와 허위 구매자가 직접 만나는 장소다. 리뷰ㆍ주문 건수를 허위로 늘리려는 판매자와 이를 통해 돈을 벌려는 구매자의 공생 관계가 형성된다. 허위 구매자는 건당 약 1000원을 받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허위 구매자가 플랫폼을 통해 물품을 주문하면 판매자는 그에게 빈 박스만 배송하고 가구매ㆍ리뷰에 대한 보상은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자영업자들끼리 리뷰·주문 건수를 조직적으로 왜곡하는 업체들의 얘기를 주고받는다. 해당 업체들은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고, 중복 구매도 없이 실제 유저 아이디로 진행해 조작이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한 번에 건수가 늘면 플랫폼이 허위 게시물로 판단할 수 있으니 수일에 걸쳐 리뷰와 주문을 쪼갠다고 덧붙인다.

조작 회사들은 오픈 마켓의 경우 즐겨찾기 100건당 3만 원, 프리미엄 구매평 1건당 4500원 수준을 받는다.

 배달 앱은 리뷰 10건당 6만 원, 주문 10건당 2만 원, 즐겨찾기 100건당 15만 원 수준이다. 오픈 마켓 허위 주문은 SNS 오픈 채팅방과 마찬가지로 빈 박스 배송으로, 배달 앱 허위 주문은 앱 내 결제가 아닌 배달원과 만나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융위가 이런 정보를 활용한 신용 평가 방안을 내놓으면서 자영업자에게는 리뷰와 주문 건수가 사업의 필수 요소가 됐다. 한 자영업자는 “조작업자를 안 찾으려야 안 찾을 수 없게 한다”고 토로했다. 금융위는 허위 리뷰ㆍ주문에 대해 준비한 것은 따로 없다며 비금융CB사가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 평가는 오차가 있는데 (조작된 리뷰와 주문 건수는) 그런 오차에 포함될 것”이라며 “데이터는 하루이틀 하는 게 아니라서 (조작은) 통계학적으로 걸러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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