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현실정치에선 실현 불가능한 ‘정직한 후보’

입력 2021-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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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정치인에게 정직하길 기대하는 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길 바라는 것과 같을까? 정치행위란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위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프랭크 언더우드가 소름 끼치게 설파했듯이 정치는 전쟁과 같아서 적의 목줄을 완전히 밟아 죽여야 하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정치인의 덕목 중에서 가장 으뜸은 ‘정직’이라는 생각은 오랜 시간 변하지 않았다.(물론 선의의 거짓말이 왜 없겠는가? 작정하고 국민을 속이기 위해 행해지는 불량한 거짓을 말함이다)

3선인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우리가 뉴스에서 지겹도록 보는 이중적 정치인의 행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민 코스프레는 기본이고 자신이 항상 정의의 편인 척한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어찌된 일인지 주상숙이 이제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모든 일이 꼬인다. 생각해 보라. 정치인이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 이미 정치인으로서 주요한 기본 기능 하나가 망가진 거다. 그래서 영화 ‘정직한 후보’는 그 제목으로 이미 이율배반적이다.

이런 발칙한 상상력을 연출한 감독은 연극과 영화판(‘김종욱 찾기’, 부라더’ 등)에서 능수능란한 이야기 솜씨를 보여준 장유정 작가다. 여기에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며 한껏 물오른 연기를 보여준 배우 라미란은 다른 배우와 대체 불가능해 보인다.

‘정직한 후보’는 한국 정치에서 가장 민망하고 낙후돼 있는 선거운동 전 과정을 꼼꼼하게 재현한다. 원곡의 감동을 무참하게 파괴하는 선거 로고송, 거리에서 오가는 시민들을 괜히 부끄럽게 하는 선거운동원들의 칼로 잰 듯 딱딱 맞는 칼군무, 진정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구호들이 그것이다 .

장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정치에 응어리진 마음 같은 게 있다. 삼류도 아닌 사류 바닥에 지체되어 있으며 국민들이 촛불을 수없이 들었건만 정치는 여전히 미개하고 혐오스러울 뿐이다. 검찰청 입구 포토라인에서는 기름기 있는 얼굴로 자신만만해 하더니, 나올 때는 고개를 숙이며 국민께 죄송하다는 부조리극을 우린 지치지도 않고 보고 있다.

조금 있으면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다. 조금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주상숙 의원이 걸렸던 ‘정직 바이러스’가 지금 선거 입후보자들에게 전염된다면 어떤 말들이 토론회에서 튀어나올까? 그리고 과연 여기서 살아남을 자 몇 명이나 될까? 춘곤증마저 상상을 부추긴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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