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LG전자 스마트폰,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입력 2021-03-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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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지 40여 일이 지났다. 매각 가능성이 점쳐졌고, 베트남 빈그룹, 폭스바겐, 구글 등이 언론에 의해 강제로 소환됐다. 입장문 발표 후 대규모 적자 사업 소멸과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환호했다. 다만 인수합병(M&A) 협상이 늘 그렇듯이 최종 결정까지는 지연되고 있는 듯하다.

기업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LG전자로서는 스마트폰 사업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사실이다. 2015년 이후 6년간 4조7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전문 기업이었다면 결코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 규모다. 이미 노키아, 모토롤라, 블랙베리, 팬택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많은 브랜드가 사라졌거나 존재감이 없어졌다.

디자인과 가성비를 강조한 회심의 전략 모델인 벨벳마저 판매가 저조함에 따라 추가적인 프리미엄폰 카드가 제한적이다. 스위블폰(윙)이나 롤러블폰은 새로운 폼팩터를 위한 실험적 모델이지 대중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초기 5G폰 시장이 기회였지만, 5G도 이미 골든 타임이 지났다. 미국을 기준으로 5G폰의 판매 비중이 이미 65%에 이르고 있고, 가격도 300달러 이하까지 낮아졌다.

물론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비중을 대폭 늘려서 중저가폰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브랜드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다. 가전과 TV는 시그니처 브랜드와 OLED TV를 내세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수십 년간 품질을 인정받은 결과다. 특히 국내에서는 과점적 지위에다가 경쟁사보다 높은 판가가 고스란히 높은 수익성으로 반영되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중저가로만 공급한다면 애써 쌓아 온 가전과 TV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게 될 것이다. LG 스마트폰의 ‘싼 맛’에 익숙해 진 청소년들이 나중에 커서 LG 가전과 TV에 큰돈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의 허브가 될 텐데,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 미래 사업 경쟁력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닐까? 그 정도 대응을 못 할 LG 그룹이 아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는 회사의 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더라도 당연히 핵심 모바일 기술을 내재화해 갈 것이다. 단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IMF 때 넘겼지만, 주요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다.

LG 스마트폰 사업은 매수자 입장에서 분명 매력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는 북미 영업권이 매력적일 수 있고, 누군가에는 통신 특허가 매력적이며, 누군가에는 연구개발(R&D) 역량이 대단해 보일 수 있다. LG 스마트폰은 미국에서만큼은 부동의 3위를 차지하고 있다. 4G, 5G 등 통신 특허력은 업계 선두권이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에 선택적 집중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자동차 부품 사업부 매출이 스마트폰보다 커졌다. LG 그룹은 전기차의 핵심축인 배터리와 모터 기술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자율주행 카메라 분야도 앞서간다. LG전자는 티어 원(Tier 1) 공급자로서 그룹 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와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일류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32년간 영위해 온 휴대폰 사업에 대해 철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IT 업계에서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값진 교훈을 얻은 셈이다. 가전과 TV는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은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지금은 미래차 부품의 강자로 부상하는 것이 휴대폰 사업의 좌절을 만회하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 통신 장비 강자로 거듭난 노키아처럼 말이다. LG전자의 용기 있는 결정과 희망찬 앞날을 응원한다. 훗날 LG전자가 가장 잘한 결정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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