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4분기에 영업적자를 낼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분기 영업적자가 나온다면 2000년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 공표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15일 삼성전자가 이번 분기에서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외국계증권사에 이어 국내외 증권사들도 이에 속속 동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는 지난 3분기 이미 적자를 기록했던 낸드플래시에서 시작됐다.
D램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 2000만대 이상을 판매한 TV도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까지 1조원 이상 이익을 냈던 LCD패널마저 영업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진 점도 적자 전환을 가늠하게 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가 4분기에 2424억원의 영업적자를 내 적자전환하고, 내년 1분기에는 3474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박영주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이 공표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첫 적자가 될 전망”이라며 “4분기 영업 적자 전환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 부진에 따른 전 제품의 판매가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분기에 무려 29.2%의 원화절하가 이뤄질 전망이지만 제품 판매가 하락, 마진 축소로 원화절하의 긍정적 요인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KB투자증권 안성호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적자를 2610억원으로 전망했다.
그는 “4분기 환율급등에도 영업이익이 한 분기만에 1조원 이상 급감하는 것은 최근 수요침체 강도가 사상 유례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반도체부문은 2001년 3분기 이후 적자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도 이날 4분기 실적 우려를 제기하며 삼성전자의 4분기 2580억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하고, 목표주가를 35만원으로 낮췄다.
메릴린치는 “심각한 제품 가격 약세와 주력제품인 D램, 낸드, LCD, 휴대폰 등 전 분야에 걸친 판매 감소로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 증권사가 제기한 영업적자 규모는 앞서 삼성전자의 영업적자를 예상한 증권사보다 오히려 더 커진 것이다.
씨티글로벌마켓은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 내년 1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 영업적자 예상 규모는 1840억원이었다.
신영증권도 다음날 “4분기 매출액은 20조900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고 기록이나, 남은 기간 업황이나 가격의 극적인 개선이 없을 경우 4분기 23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삼성전자 적자 가능성은 이달 초 증권가에서 나온 삼성전자 올 예상 매출 및 수익추이에서도 찾아졌다.
매출 74~76조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10조원 이상 늘어나지만 순이익은 2003년 5조9000여원보다 조금 늘어난 6조원대를 예상됐다. 실적이 5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올 초 역대 최대 순이익을 냈던 2004년의 10조8000억원에 이어 4년 만에 ‘10조원대 순이익시대’를 다시 열 것으로 기대됐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가전 등 매출이 모두 급격히 추락한 게 주 요인으로 꼽힌다.
또 D램 가격의 추락과 공급과잉이 지속된 점도 적자를 예상케 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영업적자설은 주가 바닥을 암시하는 신호라며 주가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증권 김장열 애널리스트는 최근 “2001년 하반기 이후 7년 만에 삼성전자 분기 영업적자 우려가 제기되는데 과거 사이클 상 중요한 바닥 신호”라고 분석했다.
국내외 비관론 속에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7000원(1.51%) 오른 47만2000원에 마감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분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적자를 기록할 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