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가 9일 건설사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한 가운데 등급이 유지된 32개 기업 중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동부건설 등 주요 건설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주택건설 비중이 적고 그 주택건설마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기업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통한 자금 조달 비중도 적어 소나기를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9일 건설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동부건설은 전체 수주 규모에서 주택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0%에 불과하다. 포스코건설 역시 플랜트 건설 등 사업이 다각화돼 있어 주택 등 민간 부문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더군다나 이들 기업들은 주택건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미분양 해소 지연으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는 최근의 상황과 거리를 두고 있어 유동성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포스코건설과 동부건설은 각각 부산 해운대 센트레빌 및 서면 주상복합단지 개발을 제외하고는 현재 지방에서 진행 중인 대단위 주택 건설이 없고, 현대건설도 주택부문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4, 5년 전 지방 개발이 붐을 이룰 때 수주를 많이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최근 무더기 미분양 사태라는 부메랑을 맞지 않게 돼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이후 외형을 키웠던 건설사들에 대해 무더기로 신용평가를 하향 조정한 한신평의 잣대를 피해간 것이다.
한신평은 이번에 투기등급으로 내려앉은 건설사들의 경우 주택 부문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신규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 정체됐고 매출채권이 누적되면서 순차입금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푸르덴션투자증권 박형렬 연구원은 “지방의 미분양 추세가 이제 수도권으로 올라오고 있지만 포스코건설 등 등급이 유지된 건설사들의 현금유동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 미분양 감소, 신규 분양 물량 감소 효과, 정책 금리인하 효과, 부동산 규제완화 효과 등이 주택 가격 안정화에 상승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한신평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의 기준이 된 건설사의 현금유동성 문제 등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것이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상환 압박 및 회사채의 금리상승 부담이 현실화되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도 있어 향후 금융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