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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머니무브] 주식 장기 투자하면 성과가 보장된다?

입력 2021-01-25 17:35

EAR리서치 대표

최근 한 방송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시장 분위기만 보면 맞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인플레가 발생하면서 가격 자체는 오를 가능성이 높은 데다, 혁신적 제품이 끊임없이 출시되다 보니 경제 전반의 생산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두 가지 흠이 있다.

우선 주식시장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일본으로, 1989년 말 기록했던 역사적 고점을 30년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 투자하겠다고 큰돈 들여 주식을 매입했는데 시장 자체가 장기 불황에 빠져 버리면, 이 투자자는 기나긴 시간 동안 마이너스 수익으로 고통받아야 한다. 참고로 일본만 이런 모습을 보였느냐 하면, 1990년 이후 대만 증시도 거의 30년 동안 길고도 긴 불황에 신음해야 했다. 그리고 2008년 이후 중국 증시도 마찬가지로 13년째 악몽 같은 불황을 경험하는 중이다. 동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만 역사상 최고치를 연속해 경신하는 강세를 보이는 중인데, 무조건 “주가는 우상향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장기 불황보다 더 큰 문제가 한국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이다. 2000년 이후 주식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수출경기에 대단히 밀접하다는 점이다. 2008년이나 2020년처럼 선진국 경기 불황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때에는 주식 가격이 순식간에 40% 아니 50% 이상 폭락하며, 반대로 수출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급등한다. 다시 말해, 내부 요인이 아닌 해외 여건에 의해 경기와 주식가격이 좌우되는 것이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는 독자들이 있겠지만, 기업을 열심히 분석하는 스타일의 투자자들에게는 문제가 된다. 국내 주요 기업을 아무리 열심히 분석하고 또 탐방해봐야 해외 여건이 나빠지면 한방에 나가떨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특히 2020년 3월에 경험했던 것처럼, 주식시장이 붕괴될 때는 옥석구분 없이 함께 폭락하니 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나라도 변동성이 크기는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 그 가운데서도 나스닥 시장의 장기 흐름을 한 번이라도 살펴보면 한국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술주의 특성상 경기변동에 대단히 민감하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지만, 한 번 상승 흐름이 시작되면 10년, 20년 이상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75년으로, 1차 석유 위기 때 나스닥 시장이 붕괴된 이후 2000년까지 약 25년 동안 지치지 않고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13년째 상승 중이다. 개별 종목으로만 보면 상장 폐지되는 종목도 많고, 또 부침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시장 전체로 보면 장기 투자하기에 적합한 대상으로 볼 수 있다.

▲ 1971년 이후 나스닥 종합지수 추이 / 출처:https://fred.stlouisfed.org/series/NASDAQCOM
▲ 1971년 이후 나스닥 종합지수 추이 / 출처:https://fred.stlouisfed.org/series/NASDAQCOM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을 갖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면에서는 한국이나 미국의 기술주가 별 차이가 없을 텐데, 왜 장기적 주식시장의 흐름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다음의 두 가지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본다. 첫 번째 차이는 경제의 구조 문제다. 미국은 전형적인 내수 국가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수출이 GDP의 40~50% 전후를 차지하며, 수출 변동성도 대단히 큰 편에 속한다. 따라서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가진 미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안정적이며 성장 잠재력도 크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성공을 거두고 명성을 얻는다면 오리건 같은 인접 주로 진출이 용이하며, 전국 단위 더 나아가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쉽다.

두 번째 요인은 시장의 구조 문제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주주 중시 경영에 대한 열의가 선진국에 비해 덜한 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배당으로, 지난 20년간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1~2% 전후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었기에 배당을 주기 어려운 면이 있었겠지만, 2000년대 중반이나 2010년대 초반처럼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었을 때에도 배당수익률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한국 경제의 특수성에 기인한 면이 크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떻게든 기업 내에 돈을 유보하자”는 생각을 갖게 된 데다, 여러 차례의 증자로 주요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져 배당을 지급하려는 동기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장구조는 또 다른 악순환을 일으키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주주의 ‘단기성향’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배당수익률도 낮고 시장 변동성도 워낙 크니, 투자자들은 투자 기한이 매우 짧다.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투자자를 기업의 주인으로 대접하기보다, 일종의 ‘손님’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런 여건에서는 장기 투자 문화가 꽃피우기 어렵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장기 투자의 대상이 될 주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첫째 분산투자다. 한두 종목에 투자금을 쏟아붓는 행동은 한 번만 삐끗해도 되돌릴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조건은 배당 잘 주는 기업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주주를 대우하려는 생각을 가진 기업을 고르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더 나은 선택이다. 셋째, 경기변동과 기업실적의 관계를 잘 살펴 자신의 실력인지 아니면 운이 좋은 덕분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여건이 개선되어 실적이 좋아진 것인데, 이 기업이 경기 여건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향유할 것으로 생각하고 투자했다가 고생하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았기에 하는 이야기다.

이런 여러 조건으로 걸러내고 나면, 한국에서 장기 투자 대상으로 적합한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에서만 장기 투자 대상을 찾기보다 글로벌 증시로 투자 대상을 넓힐 것을 권한다. 더 나아가 주식에만 관심을 갖기보다, 리츠와 회사채 등 다양한 해외 투자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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