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꼬리잡기] 남의 작품 도용해 5개 문학상 수상…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입력 2021-01-2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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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문학작품을 그대로 무단 도용하고 각종 문학 공모전에 출품해 수상한 손창현 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학상 외에도 특허청의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 표절 의혹과 허위 경력 의혹 등 연이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손창현 씨는 도용한 작품으로 어떻게 문학상을 5개나 수상할 수 있었을까. 이미 공모전에서 수상한 기성 작품을 그대로 도용했는데도 공모전 측에서는 왜 걸러내지 못했을까.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단편소설 '뿌리'를 쓴 김민정 작가는 16일 SNS에 자신의 소설을 그대로 도용한 남성이 5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출처=김민정 작가 페이스북 캡처)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단편소설 '뿌리'를 쓴 김민정 작가는 16일 SNS에 자신의 소설을 그대로 도용한 남성이 5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출처=김민정 작가 페이스북 캡처)

도용 작품으로 5개 문학상 수상…"제목과 내용 그대로"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단편소설 '뿌리'를 쓴 김민정 작가는 16일 SNS에 자신의 소설을 그대로 도용한 남성이 5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민정 작가는 "제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도용됐다"며 "구절이나 문단이 비슷한 표절의 수준을 넘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대로 투고한 명백한 '도용'"이라고 지적했다.

손창현 씨는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로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 5개의 문학상을 받았다. 제목을 '꿈'으로 바꿔 투고한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를 제외한 나머지 공모전에서는 제목과 내용 모두를 그대로 도용했다. 김민정 작가는 "도용된 소설에서 이 분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경북일보 문학대전'과 '포천38문학상'에서 기존 제 문장의 '병원'을 '포천병원'으로 바꿔 칭한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수많은 공모전과 문학 작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든 작품이 입력돼 있지 않은 필터링 프로그램만으로 도용을 걸러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출처=손창현 씨 페이스북 캡처)
▲이미 수많은 공모전과 문학 작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든 작품이 입력돼 있지 않은 필터링 프로그램만으로 도용을 걸러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출처=손창현 씨 페이스북 캡처)

수많은 공모전·작품 존재해…필터링 프로그램도 한계

하지만 이미 수많은 공모전과 문학 작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든 작품이 입력돼 있지 않은 필터링 프로그램만으로 도용 작품을 걸러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또한, 프로그램이 없어 포털 검색을 통해 자체적인 필터링만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공모전 정보가 모여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당장 올해 1월 진행되는 문학 공모전만 40여 개에 달하며, 2020년 한 해엔 대략 400여 개의 문학 공모전이 있었다.

지난해 6월 손창현 씨가 도용한 작품이 당선된 '포천38문학상'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은 "표절 검색 프로그램은 일단 도용된 원본 작품이 있어야 표절 작품을 거를 수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모든 작가의 작품을 넣으려면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고, 소설 같은 경우엔 분량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호운 이사장은 "공모전 심사의 경우, 문학계에서 선정된 심사위원들이 접수된 작품을 검토한 뒤 후보를 운영진에 올리고, 운영진은 올라온 작품이 표절이라거나 요건에 위배됐는지를 심사한다"며 "심사위원들은 표절 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작품'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표절을 못 찾았다고 매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학상 운영진 측은 손 씨의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 반환에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문학상 운영진 측은 손 씨의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 반환에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문학상 운영진, 수상 취소하고 손창현 씨로부터 상금 반환받아

문학상 운영진 측은 이번 논란으로 수상작이 표절 작품임이 확인되자 손창현 씨의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 반환에 나섰다. 사계 김장생 문학상은 수상을 취소하고 수상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최근 손창현 씨로부터 상금을 반환받았다. 포천38문학상에서도 수상을 취소하고 손창현 씨로부터 사과와 반환 의사를 받았다.

'제16회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을 진행하고 지난해 5월 당선작을 발표한 한국문인협회 관계자는 "손창현 씨와 관련해 지난해 말에 다른 문학상 관계자로부터 '왜 중복으로 시상하느냐'며 항의성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원작자의 존재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한국문인협회 관계자는 "사계 김장생 문학상은 '신인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이 있어 기존에 등단했던 문인이라든지 기성 작가들이 슬쩍 이렇게 응모를 하는 케이스들을 잡아내기 위해 자체적인 필터링 작업에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면서도 "일차적으로 예비 심사를 하고 통과한 작품을 대상으로 자체 필터링을 거친다. 주로 작가 이름으로 수상 경력이 있는지를 확인했고, 내용을 그대로 도용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도용 방지 대책과 관련해 관계자들은 '매뉴얼' 마련과 '필터링 프로그램' 강화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도용 방지 대책과 관련해 관계자들은 '매뉴얼' 마련과 '필터링 프로그램' 강화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작품 도용 막으려면?…"매뉴얼·필터링 프로그램 강화 필요"

한 해에만 400여 개의 문학 공모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도용 사건은 재발할 우려가 다분하다. 도용 방지 대책과 관련해 관계자들은 '매뉴얼' 마련과 '필터링 프로그램' 강화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포천38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소설가협회에서는 유관단체가 참조할 수 있도록 표절 혹은 도용 사례를 모은 별도의 '매뉴얼'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한 표절을 걸러내고 그래도 걸러내지 못했을 땐 사후에라도 발각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천38문학상을 주최한 포천시 관계자는 "자체적인 표절 필터링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도 향후에 표절과 관련된 부분은 한국소설가협회 등 외부의 큰 단체에 의뢰하고 표절을 거르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문인협회 관계자는 "개인이나 일개 단체에서 필터링 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는 어렵다. 정부 주도하에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도 "자체적으로 좀 더 객관성을 띌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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