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 만들기] 소외된 마켓에 공감으로 접근하는 벤처 모델

입력 2021-01-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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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 디자인 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상상을 초월한 상황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5명이 숨지고, 이 난동을 부추긴 트럼프는 임기가 사실상 끝난 시점에 의회가 탄핵절차를 시작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 그가 열혈 지지자를 포함해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앱이었고, 이 중 트위터는 거의 트럼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메시지 전달 수단이었다.

이 사건 직후 페이스북을 포함해 애플, 유튜브 등에서 트럼프의 계정이 삭제됐다. 특히 트위터는 트럼프가 개인이 아닌 미국 대통령의 계정으로 열어 놓은 것도 바로 없애버렸다. 트위터의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들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트위터의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거센 반응이 있었다. 이런 결단은 회사의 최고 주주가 결정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것이고, 이로 인해 트위터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잭 도시(Jack Dorsey)에게 다시 한번 전 세계의 눈이 쏠렸다.

잭 도시는 트위터와 연결돼 가장 잘 알려져 있으나, 실제 그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치가 더 크고 이윤이 많은 기업은 스퀘어라는 회사이다. 트위터의 기업가치가 2019~2020년 기준 약 230억 달러(약 26조 원) 정도인데, 스퀘어의 자산가치는 약 550억 달러(약 58조 원)로 트위터의 두 배가 넘는다. 페이팔(PayPal)과 더불어 핀테크 산업을 이끄는 대장이라고 할 만큼 재무 혁신 산업에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스퀘어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의 시작은 소상공인에게 크레디크 카드 결제 처리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당시 흔히 사용하던 크고 무거운 카드 처리 단말기 없이 아이폰에 끼워 카드 결제가 가능한 하드웨어를 파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그 모양이 작은 정사각형이라서 회사 이름을 스퀘어(square: 정사각형)로 지었다 한다.

스퀘어는 벤처 모델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에서 공감적 접근(empathy)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이 모델은 2009년 잭 도시가 친구를 돕고자 한 데서 시작했다. 잭 도시의 오랜 친구인 짐 맥켈비(Jim McKelvey)는 유리 세공사로, 작은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만들어 파는 일을 했다. 자신의 조그만 가게에 비용 투자가 큰 카드 단말기를 설치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손님이 현금이 없을 경우 그냥 가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이런 불편을 호소하는 친구의 말을 귀담아듣고 이를 해결하고자 시작한 것이 스퀘어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퀘어는 당시 비자나 마스터카드처럼 개통비나 월 회비를 요구하지 않고, 거래가 이뤄질 때만 처리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카드 지불 처리를 이따금 하는 작은 가게에는 단비 같은 모델이라 하겠다.

또한 스퀘어는 하드웨어 회사가 서비스 디자인으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단말기를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 매출, 손익계산 및 고객관리 서비스를 단순하고 읽기 쉬운 인터페이스로 제공해 회계와 재정 관리에 별 노하우가 없는 작은 가게의 주인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자금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스퀘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혁신적 서비스 디자인으로 전진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를 최대한 반영해 해결하는 서비스 디자인을 한다. 예를 들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상공인 고객에게, 스퀘어가 가게 단말기에서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신용 조회를 통해 적정한 융자를 해준다. 융자 상환은 매일 판매 금액의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갚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은행 대출 이자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의 매출이 많으면 많이 갚고 적으면 적게 갚을 수 있게 하여 대출 상환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다.

스퀘어는 현재 비트코인 사업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이에 돈을 주고받는 서비스를 개발해 은행 계좌가 없는 저소득자도 작은 돈을 서로 빌리며 갚는 시스템을 통해 마켓 포지션을 굳건히 하고 있다. 이 또한 대형 기업들이 무시하는 마켓의 고충을 파악하고 반영해 새로운 서비스로 성장의 길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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