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버티는 서민경제…은행은 ‘성과급 잔치’ 논란

입력 2021-01-06 05:00 수정 2021-01-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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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대출 급증에 실적 상승
작년보다 비이자익 비중은 줄어
국민銀, 성과급 인상 철야농성 강행
노조 “경영목표 미공개로 갈등”
사측 “美증시 상장돼 공시 위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가까운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월 통상임금의 300% 성과급을 요구하며 컨테이너 철야 농성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서민 경제가 휘청이는 와중에 ‘은행권 돈잔치’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노조는 지난해 ‘분기 순이익 1조 원 시대’를 연 금융권 실적을 놓고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명분을 앞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서민 경제가 날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이익 대부분이 ‘이자 장사’에서 발생되는 만큼 은행권 돈잔치가 과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해보다 100%포인트 인상된 300%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류제강 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국가적인 재난 상황 속에서도 마스크 한장에 의존해가며 역대급 실적을 시현했다”며 “연내 타결을 내세우면서 졸속 합의를 종용하는 사측의 행태를 두고만 볼 수 없다”고 했다.

은행권은 오는 3월 회계연도 순이익이 확정되는 대로 성과급 규모를 정할 계획이지만, 신한은행의 경우 기본급의 18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현금 150만 원을 얹어주기로 했다. 농협은행 역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의 평균연봉이 9000만 원에서 1억 원에 이르는 만큼 성과급 수준은 100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도 최소한 이 정도가 될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시국에서 은행권 돈잔치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시중 은행들이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박리다매 대출이었다. 저금리 기조에서 대출 총량이 늘어나면서 충격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3분기 기준 누적 이자 이익은 30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30조 6000억 원) 대비 100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총영업이익 중 비이자 부문 비중은 2018년 12.71%에서 지난해 13%로 올랐지만 올해는 12.76%로 다시 떨어졌다. 이같은 경영 상황을 놓고 은행 자체적인 노력을 통한 성과로 인정하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퍼포먼스를 내 그만큼의 성과를 냈는지 의심스럽다”며 “금융권, 특히 은행은 공기업 성격이 강해 소비자에게 환원한 게 충분한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개인파산 등으로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급속도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개인사업자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37조 900억 원으로 대출잔액은 388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은행권은 손쉬운 이자 장사로 실적을 올려놓고 곶감만 빼먹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성과급을 둘러싼 반복되는 갈등이 경영 목표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해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성과급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경영 목표를 공개하라는 노조의 요구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어 공시 의무 위반”이라고 답한 걸로 알려졌다. 노사는 성과급 외에도 △사무전환직원 근무 인정 △전문직무직원 고용 안정 △채용 비리 피해자 구제 △원스톱 평가 폐지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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