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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속도위반과 치맥

입력 2021-01-01 05:00

나경연 금융부 기자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서울 여의도 IFC몰 CGV를 막 지나칠 때였다. 제목이 ‘Unplanned‘라고 적힌 영화 포스터가 영화관 벽면 한쪽에 크게 붙어 있었다. 나는 친구들을 향해 가볍게 물었다. “저 영화 무슨 내용일까?” 그러자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속도위반!”

세상엔 계획하지 않았지만 우연 혹은 필연에 의해 일어나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코로나 때문에 새해 운동 계획이 1년째 미뤄진다든가, 전 애인을 카톡에서 차단하려다가 오히려 ‘자니?’를 보내버린다든가, 1년만 타고 바꿀 생각으로 구매한 중고 똥차가 3년 내내 멀쩡하다든가, 가볍게 만날 생각이었던 ‘썸’과 결혼식장까지 들어가게 된다든가. 그럼에도 다들 ‘Unplanned’를 보고 일심동체로 속도위반을 떠올린 것은 ‘계획되지 않은,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운’ 등의 형용사가 혼전임신에 대한 공식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살인사건이 일어난 대구 동구의 새마을금고에 다녀왔다. 출장 후에 새마을금고 기사 계획을 보고하니 회사 사람들 첫 마디는 “또 이사장 비리야?”였다. 새마을금고라는 키워드를 꺼내자마자 사람들 머릿속에는 ‘이사장 갑질, 금고 사유화, 무소불위 권력, 통제 불능’등의 수식어가 당연하게 따라붙었다. 하나의 단어에 사회적 관념처럼 함께 언급되는 수식어는 대부분 반세기의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다. 새마을금고 뒤에 따라 붙는 형용사는 금고가 1973년 처음 설립된 이후 2020년까지 약 50년 동안 축적된 경험의 산물이다.

대구 지역 금고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도 마찬가지다. 해당 사건을 성추행, 불륜, 치정 복수극 등 자극적인 말들로 도배한 보도가 한가득이지만 본질로 들어가 보면 결국 이사장과 감사의 비위·비리가 원인이다. 지역 금고 이사장이 직원들의 채용, 승진, 복지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좌지우지하는 환경에서는 이사장 개인에게 권력이 쏠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관리·감독을 벗어난 상태라면 그런 권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영화 ‘Unplanned‘는 얼추 속도위반과 관련된 영화가 맞았다. 미국 최대의 낙태 클리닉 가족계획연맹에서 원치 않거나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낙태를 하게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줄거리를 찾아본 친구들은 당연히 그런 얘기일 줄 알았다며 ‘역시’라는 표정을 지었다. 삼겹살엔 소주, 치킨엔 맥주. 대부분의 사회적 관념은 이렇게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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