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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꼬리잡기] 허락없는 '직캠' 법으로 금지…아이돌 팬이 반대하는 이유는?

입력 2020-12-25 08:00

콘서트·공연 허락 없이 촬영하면 처벌하는 '밀녹 근절법'
법안 발의 김홍걸 의원 "창작자 권리 보호 위한 것"
전문가·업계 관계자 "실현 가능성 작아…보다 세심한 입법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콘서트·공연 현장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영상 촬영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창작자의 저작권과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법안을 두고 업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이돌 팬들은 "새로운 K-POP 팬들의 유입을 차단하는 법안"이라 주장하고 있고, 전문가와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말한다.

11일 김홍걸 의원이 대표발의 한 저작권법 일부 법률 개정안은 연기·무용·연극·가창·구연·낭독이나 그 밖의 예능적 방법으로 표현하여 실연 되는 저작물을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음(밀녹) 또는 녹화(밀캠)하거나 공중송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영상물과 달리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공연은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하거나 공중송신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 김홍걸 의원실은 개정안을 '밀녹·밀캠 근절법'이라고 말하며 "최근 밀녹·밀캠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데도 관련 법이 없어 처벌이 마땅치 않았다. 공연 예술 업계를 보호를 위해 제104조의 7항을 신설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걸그룹 EXID가 2015년 4월 12일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많은 팬들이 직캠을 찍고 있다. (뉴시스)
▲걸그룹 EXID가 2015년 4월 12일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많은 팬들이 직캠을 찍고 있다. (뉴시스)

아이돌 팬 "직캠 금지, 새로운 K-POP 팬 유입 막는다"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아이돌 팬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돌 팬덤에서 직캠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자칫 법으로 제재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 직캠이란 '직접 찍은 영상'이라는 뜻으로, 요즘 팬들은 방송에서 다루지 않는 구도의 직캠 영상이나 멤버별 직캠 등을 선호한다.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꽉 차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아이돌그룹 팬 문모(26) 씨는 "실제로 직캠으로 유입되는 팬이 엄청 많으며, 나 역시도 직캠으로 처음 입덕(어떤 분야에 빠져 팬이 됐다)했다. K-POP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직캠을 처벌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라는 뜻으로 직캠을 찍는 사람)와 소속사, 그리고 팬 사이 나름의 생태계가 있는데, 왜 부득불 법으로 규제하려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아이돌 팬 임모(29) 씨는 "소속사가 콘서트장이나 공연장에서는 쥐 잡듯이 홈마를 잡지만, 막상 온라인에 영상과 사진이 올라오면 새로운 팬이 유입되니까 사실상 쉬쉬한다"며 "이런 면이 좀 이율배반적이다"라고 꼬집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비영리도 다루는 '밀녹 근절법', 현실성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법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박정인 해인예술법연구소장은 "개정안은 영리 공연과 비영리 공연을 모두 포함한다"며 "비영리 공연까지 밀녹을 차단하면 일반 사람들은 공연 녹화를 못 한다는 건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정인 소장은 개정안이 "비영리 목적 공영·방송을 다룬 저작권법 제29조 2항의 내용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현행 저작권법 29조 2항에 따르면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않는 경우, 상업용 음반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 공연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현실성 없는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대중음악 업계 관계자는 "법이 생긴다 해도, 팬덤이 중요한 업계에서 팬들에게 회사 차원의 법적 대응을 쉽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온라인에서 실제 뮤지컬 몰래 녹화한 영상과 녹음 파일을 거래하고 있는 블로그 (출처=블로그 캡처)
▲온라인에서 실제 뮤지컬 몰래 녹화한 영상과 녹음 파일을 거래하고 있는 블로그 (출처=블로그 캡처)

뮤지컬 업계 피해 심각…공연 저작권 보호 위해 보다 세심한 입법 필요

대중음악 업계와 달리 뮤지컬 업계는 무단 촬영과 녹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밀녹·밀캠 자료가 암암리에 판매되며 창작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뮤지컬 MR 등 밀녹 자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는데, 보통 해당 뮤지컬의 R석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박정인 소장은 공연 예술 보호를 위해 더욱 세심한 법안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관 등에서 상영되는 영상저작물의 무단 녹화를 금지한 조항은 한미 FTA 당시 미국 영화를 지켜주는 차원에서 들어간 조항"이라며 "공연 관련 내용은 (지금의 저작권법 제104조 대신) 공연법으로 들어가는 게 위치가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공연법은 통합 전산망과 안전 진단 관련 제도를 제외하고는 20년째 거의 그대로"라며 "공연 예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홍걸 의원실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개정안 안에서 아이돌 콘서트 팬의 직캠은 저작권자가 문제 삼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안은 처음 발의되고 여러 수정 과정을 거친다"며 "공연 업계를 돕고자 하는 취지를 살리고자, 범위를 좁히는 방안 등 현재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법안은 30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으로,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에서 법안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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