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주상복합 단지를 지칭하는 이른바 '나홀로 주상복합단지'가 짓기가 쉽다는 이유로 공급량이 크게 증가했지만 정작 수요자들의 선호도는 낮아 고를 때 주의가 요망된다.
나홀로 주상복합단지가 선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다.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여의도 트럼트월드, 여의도 리첸시아, 잠실롯데캐슬골드 등 주상복합 아파트가 높은 인기를 끌자 건설사들이 저마다 주상복합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고 공격적인 분양에 나선 것.
주상복합단지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2002년 이후부턴 서울시내 택지가 사실상 고갈돼 대단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없었던데다 당시부터 시작된 각종 주택 관련 규제가 주로 아파트에 집중돼있던 만큼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분양승인'과정이 없었으며 건축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각종 규제를 모두 피할 수 있었다. 여기에 분양가도 일반 아파트와 달리 높게 올릴 수 있어 주상복합은 일약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교되는 시장으로 성장했고, 건설사들은 저마다 공급에 열을 올렸다.
이후 참여정부 들어 주상복합에도 규제가 가해지면서 주상복합 공급 열기는 한풀 꺾였지만 2002년 이후 2~3년간 봇물 터지듯 공급된 주상복합 아파트로 서울시 강남, 잠실, 여의도 등 주요 상업지역은 모두 주상복합촌을 이루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들 주상복합 중 2004년 이후 '막차'를 탄 단지의 경우 소규모 단지란 약점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대부분의 경우 극심한 미분양 적체 현상을 겪었고, 실제 입주 이후 가격 상승세도 분양 당시 업체들이 홍보했던 효과 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4년 분양해 올 1월 입주한 월드마크타워 용산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주상복합 160가구, 오피스텔 198실, 두 개동으로 구성된 월드마크타워용산은 전형적인 나홀로 주상복합에 해당한다.
'월드마크타워'란 브랜드의 첫 무대였던 이 단지는 현재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은 전혀 없는 상태. 입주 후 1년이 다돼가고 있지만 프리미엄은 커녕 매도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매입한 투자수요에겐 적잖은 실망감만 주게 된 셈이다.
이 단지의 실패 요인은 자체 경쟁력이 없는 소형 단지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소형 주상복합단지의 경우 저층부에 위치한 상가를 위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즉 아파트 등 주거시설 숫자가 작은 단지는 역세권 등 상권이 활발한 곳을 위주로 입지하게 되고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는 상가가 활성화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주상복합 단지는 주거환경이 극히 떨어져 주상복합을 선호하는 고급 주택수요자에게 외면을 받기 십상. 따라서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강남역 부근에 우정건설이 공급한 우정에쉐르는 전통적인 강남역 상권에 입지해 있어 주상복합보다는 상가 기능이 더 강조됐다. 이에 따라 아파트 값은 오히려 분양가 이하로 내려가 있는 등 '강남'이란 체면까지 '구긴' 상황이다.
또 주상복합단지에서 오피스텔이 아파트보다 많은 단지도 이런 상황은 다르지 않다. 건설사들은 상가가 많이 들어갈 경우 주상복합 주거환경 위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 착안, 주상복합단지에 필히 들어가야하는 상업시설을 오피스텔로 채워넣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피스텔 역시 상가만큼은 아니더라도 결국 주거환경에 위해를 주기 때문에 오피스텔이 많은 단지도 선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소형 단지는 주변 인기물량에 편승한 '무임승차 물량'도 적지 않다. 월드마크용산의 경우 분양 당시인 2004년 한강로에서 시티파크가 분양했으며, 그 이듬해에는 용산동5가에서 파크타워가 분양할 예정에 있는 등 굵직굵직한 주상복합 분양 일정이 잡혀 있던 상태였다. 이에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은 이점을 내세워 '물타기' 분양에 들어간 것이다.
이같은 유형은 서초구 서초동이나 광진구 구의동에 공급된 물량도 유사한 것으로 지적된다. 서초구에서는 트라팰리스 등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주상복합이 분양을 시작하면 이 틈을 노린 '틈새' 주상복합이 잇따라 분양을 시작하면서 인기 주상복합 낙첨자들을 노리는 것이다.
또한 가구수가 적은 소규모 주상복합이 특히 소형평형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그렇다. 소규모 주택은 주상복합이라도 오피스텔과 비슷하다는 연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형 주상복합은 소형 아파트보다 오히려 더 집값이 오르지 않으며, 소형만으로 이루어진 단지는 프리미엄 상승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부동산써브 박정욱 팀장은 "100세대 남짓한 소규모 주상복합단지는 주상복합이 추구하는 고급 주거 기능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주소'만으로 청약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오피스텔 규모, 평형 등 단지 구성도 감안한 선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