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원호의 세계경제] 창어(嫦娥) 쇼크

입력 2020-12-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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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1957년 10월 4일 아침 소련(현 러시아)은 성공적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다. 러시아어로 ‘길동무’라 불리는 83㎏짜리 위성은 시속 2만9000㎞로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 위성 자체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은 강력한 부스터 로켓이었다. 이 로켓 기술은 소련이 6400㎞ 반경 안에 있는 목표를 강력한 미사일로 빠르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충격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기는 했지만, 미국은 소련을 자국에 도전할 만한 능력을 갖춘 국가로 보지는 않았다. 미국은 특히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서 자신들이 앞서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을 180도 바꾼 것이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이었다. 바로 이것을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한다.

이후 미국은 우주 개발, 군비 확장,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변화를 보이게 된다. 미국은 전략 공군을 분산 배치하고 중준거리 주피터(Jupiter) 미사일을 터키와 이탈리아에 배치하였다. 소련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과 폭격기 관련 프로젝트에도 정부 투자가 급증하였다. 미소 간의 차이는 심지어 유치원의 연산 교육에까지 영향을 주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야기되었다.

같은 해 소련은 미국과의 공존(co-existence), 그리고 평화적 경쟁과 더불어 경제, 정치, 문화적 협력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흐루쇼프는 1950~1958년 연평균 7.1%에 이르는 GNP 성장률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미국과의 경쟁을 이야기했다. 빠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미국과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요구하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과 어딘가 모르게 겹친다.

며칠 전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가 달에 오성홍기를 꽂고 지구로의 귀환에 성공했다.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1969년 달 표면에 첫 성조기를 꽂은 뒤 51년 만이자 1972년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으로 성조기를 꽂은 지 48년 만에 인류가 국기를 달 표면에 꽂은 것이다. 중국의 창어 5호 프로젝트의 성공은 필자에게 ‘중국판 스푸트니크 쇼크’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은 2007년 창어 1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5차례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창어 3호는 2013년 12월 달 착륙에 성공했다. 1976년 소련 루나 24호 이후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탐사선이었다. 창어 4호는 2019년 1월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그리고 17일에 지구로 귀환한 창어 5호는 달의 암석과 토양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다. 소련 루나 24호 이후 44년 만의 일이다.

달 표본의 채집에 44년이나 걸린 이유를 생각해보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첫째는 의미가 없어서, 혹은 채집이 어려워서. 그리고 그 이유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2019년 과학 강국 이스라엘의 달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와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리얀 2호(Chandrayaan-2)는 모두 달 착륙에 실패했다. 따라서 창어 5호의 성공적 임무 수행과 귀환은 중국의 과학기술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은 것일까. 바로 다음 날인 12월 18일 미국 상무부는 인권 문제, 남중국해 문제,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려 60개 중국 기업을 수출통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등재했다. 물론 세밀한 사전 검토가 있었겠지만, 타이밍과 규모가 눈에 띈다. 이번 리스트에는 중국 우주공학 관련 핵심 교육기관인 난징항공항천대학(Nanjing University of Aeronautics and Astronautics)과 북경이공대학(Beijing Institute of Technology)도 포함되었다. 또한 중국의 대표기업이자 세계 드론 시장의 약 77%를 점유하고 있는 DJI가 포함되었으며, 반도체 파운드리 SMIC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기업 10여 개도 올렸다.

내년에 새롭게 들어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첨단기술을 둘러싼 중국과의 패권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첨단기술 분야에 있어서 미국의 비교우위를 항상 강조해왔다. 트럼프 정부의 R&D 투자 규모도 그간 작았다고 비판해왔으며, 향후 4년간 추가로 3000억 달러를 첨단기술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의 항아분월(嫦娥奔月) 전설에 의하면, 천계에서 남편과 함께 쫓겨난 창어(嫦娥)는 다시 신이 되기를 원했다. 그런 그녀를 위해 남편은 곤륜산에서 불사약을 받아오는데, 이 불사약은 둘이 먹으면 불로장생하고 혼자 먹으면 다시 신선이 될 수 있는 약이었다. 창어는 이 불사약을 남편이 없는 틈을 타 혼자 먹고 달의 여신이 된다. 시진핑 주석은 인류운명공동체를 강조하지만 혹여 다른 생각을 품은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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