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버지'와 서울시장

입력 2020-12-08 06:00 수정 2020-12-0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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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버지…그는 대체…'

국내에 있는 해외축구 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사용되는 말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를 이끄는 조제 무리뉴 감독 이름에 우리말 '아버지'를 합성해 만든 단어이다.

무리뉴 감독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중위권을 맴돌던 팀을 우승 후보로 탈바꿈시켰다. 팬들이 그를 '무버지'라고 부르며 감탄하는 이유다. 토트넘은 그의 지휘 아래 리그에서 선두 경쟁 중이고 각종 컵대회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우승 청부사', '승리의 대명사'로 불린다. 세계 3대 리그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고,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스타 플레이어를 지휘하는 리더십, 팀에 부족한 점을 찾고 보완하는 능력, 선수들에 대한 동기부여까지. 직설적인 화법으로 비판도 받지만 완성도 높은 팀을 만드는 재주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무리뉴 감독 얘기를 꺼낸 건 내년 4월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리더의 부재로 서울은 어수선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어려움을 극복할 리더가 누가 될지 벌써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길목인 데다 위기를 잘 수습한다면 자신의 역량까지 입증할 수 있다. 야권에서 연이어 출마 선언을 하고, 여권 주요 인사들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큰 의미를 지닌 서울시장 자리지만 '기대'를 갖게 하는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급등한 부동산 가격이나 팍팍해진 청년들의 삶, 코로나19로 촉발된 자영업자의 위기와 대량 실업 등 각종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있지만 이를 슬기롭게 풀어내리라 믿음을 주는 후보를 찾기 힘들다. 대신 거물 정치인이 거쳐야 할 자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난립하고 있다. 서울시라는 팀은 위기에 처했는데 감독 후보자는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관심을 둔 형국이다.

물론 서울시장은 행정가보단 정치인에 가깝다. 주요 현안은 행정 공무원들에게 맡기고 책임만 져도 된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이 처한 현실은 이전과 다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적 위기,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문제 등을 현명하게 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려움을 극복할 리더십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책임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단 뜻이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려는 후보들은 시민들이 어떤 시장을 바라는지, 자신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자신 있게 대답해야 한다. 답할 수 없다면, 그럴 능력조차 없다면, 서울시장은 독이 든 성배다. 모두가 불행해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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