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을 가다](下) 유화업계, "불황 속 나만의 경쟁력 키운다"

입력 2008-11-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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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시설투자, 에너지 절감 아이디어로 승부

유화 업계가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업체인 여천NCC 제3공장은 16년 만에 처음으로 가동을 중단했으며 SK에너지와 태광산업의 울산공장도 멈춰섰다.

지난 26일 아침 대한민국 대표 석유화학단지인 전남 여수산업단지를 찾아가는 길은 마치 최근 유화업계의 현실처럼 자욱한 안개로 한치 앞을 보기 힘들었다.

여수산단 내 여천NCC, LG화학, 금호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 등 주요 입주업체들은 여느 석유화학단지와 마찬가지로 최근 공장 가동률을 낮춘 상태다.

그러나 여수산단을 30분 남겨두고 나타난 17번 국도에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광경들이 보였다. 석유제품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과 유조차들이 쉴새없이 오가는 모습 속에서 국내 수출품목 1위에 등극한 우리 유화산업의 위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17번 국도 끝자락에서 다다르니 LG화학과 여천NCC 공장이 보이고 이어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PE(폴리에틸렌), PVC(폴리염화비닐) 생산시설의 냉갑탑 위로 수증기가 자욱이 솟아오른다. 제품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화석화 여수공장 상황실에서 한 직원이 제품생산공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여수산단 내 일부 공장들이 셧다운(가동 중단)으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던 것과는 달리 한화석화는 다시 찾아올 호황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입주업체 간 상생협력을 통한 비용절감, 낭비요소 제거 등을 통해 불경기를 견딘 후 다시 찾아올 호황기에 대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만난 임호상 한화석화 기술관리팀 부장은 "단위 공정별로 예정돼 있던 10월과 11일 정기보수 계획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화석화 역시 최근 석유제품 시황이 나빠진데다 예정됐던 정기보수 등으로 인해 공장 가동률을 85% 수준으로 낮췄던 것이다.

대신 시설투자는 과감하게 전개하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 10월에도 전세계적 전선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전선용 수지공장의 생산규모를 1만t 가량 늘렸다.

임 부장은 "전선시장이 호황기에 들어서면서 전선용 수지도 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대비하기 위한 투자"라며 "내년에도 2만t 규모의 공장 증설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Eh 한화석화는 핵심사업인 비닐(vinyl)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국 저장성 닝보시 다씨에 경제기술개발구에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을 위한 현지법인 '한화석화닝보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내년부터 연간 50만t 규모의 EDC(디클로라이드)와 각각 30만t 규모의 VCM(비닐클로라이드모노머) 및 PVC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공장을 건설해 오는 2010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5만t 규모의 폴리에틸렌 자동화창고를 여수공장 내 건설,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급락기가 있으면 반대로 급상승기도 언제든 올 수 있다"며 "유화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준비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화석화는 에너지 소비의 체질을 바꿔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내년부터 '1인1과제 운동'을 추진한다.

고유가와 경기침체 속에서 에너지 비용 줄이기는 석유화학업체의 생존 화두 중 하나인 만큼 한화석화도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것.

임 부장은 "직원 한명이 크고 작은 낭비 요소 하나를 찾아내 체질적으로 알게 모르게 퍼져있는 낭비요소를 제거하자는 운동"이라며 "구체 계획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공정 중 발생하는 폐열 회수와 스팀 재활용, 그때그때 가격이 싼 에너지원 활용 등 불황기 극복을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비단 한화석화에 그치지 않는다.

LG화학은 아크릴산의 판로 확보를 위해 지난 6월 아예 코오롱의 고흡수성수지 사업부를 인수했으며 삼성토탈은 에너지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 관련 비용을 3년간 30% 줄이는 '에너지 하이브리드 공장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유화업계 종사자들은 밝은 얼굴로 밝은 전망을 얘기한다.

한 유화업체 직원은 "그동안 제품 시장상황과 정기보수로 인해 공장가동률을 조정해 왔던 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언론을 통해 역으로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호상 부장은 "지난 2~3년간 지속된 경기불황으로 인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다져져 있기 때문"이라고 귀뜸했다. 여수=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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