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판매 재개...'제2의 촛불' 가능성

입력 2008-11-26 17:36 수정 2008-11-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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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3사가 '물가안정'과 '고객편의'라는 명분을 내걸고 미국産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다.

지난해 10월 뼛조각 발견으로 검역이 중단된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업계는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도 '매출증가'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반면 아직 반대 여론이 상당한 만큼 자칫 '제2의 촛불시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 25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자율 협의를 통해 27일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협회 관계자는 "경기 위축으로 서민 소비생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구매편의와 물가안정 차원에서 미국산 쇠고기 취급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데 업체들이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韓美 쇠고기협상은 지난 4월18일 타결됐다. 하지만 '촛불'로 대변되는 국민 저항으로 인해 7월1일에야 수입이 재개됐다. 그동안 유통업체들은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면서 판매 재개시점을 저울질 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여론이 워낙 안 좋아서 눈치를 살펴왔다"며 "국민 반감이 상당히 희석된 점, 그리고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자 구매력 저하가 판매 재개를 결정한 요인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대형마트 이름이 아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명의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를 알린 것은 여전히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우려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많다.

대형마트들은 여론 추이를 주목하면서도 경기침체 속에 나름대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판매가격은 현재 수입가격 등을 고려하면, 돼지고기와 호주산 쇠고기 가격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척아이롤은 1400~1500원, LA식 갈비는 2400~2600원 사이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현재 마트에서 판매되는 한우의 절반, 호주산보다는 2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돼지고기 삼겹살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8월 미국산 쇠고기 상륙 직후 LA갈비와 척아이롤이 100g 당 각각 2000원, 1200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부위별로 200~600원 정도씩 비싸진 상태다.

그동안 환율상승이라는 요인이 작용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수입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환율이 급상승한만큼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환율 상승분을 감안해도 여전히 한우나 호주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만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입육협회 김태열 회장은 26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서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재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구매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내년 하반기쯤 국내 시장의 50% 정도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韓美쇠고기 협상 당시부터 줄곧 수입에 반대해왔던 시민단체들은 불매운동 등 강경대응을 천명한 상태여서 촛불집회 이후 잠잠했던 여론이 또 한번 찬반 논쟁에 휘말릴 태세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판매를 강행할 경우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야 할 책임을 지는 대형 유통마트들이 국민 건강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제 잇속만 차리겠다는 상술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우병 국민대책위는 27일 오전 11시 서울역 롯데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3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한우협회 역시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여론이 잠잠한 틈을 타서 뼈를 비롯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일시에 강행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축산농가를 위기로 내모는 행위임을 자각하고 즉각 판매결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마트 3사는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전국에 119개 점포를 두고 있는 이마트는 과거처럼 집단 매장진입 등 과격한 행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단체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단 집회 참가자들이 매장에 진입하는 것은 영업방해인 만큼 허용할 수 없다"면서 "집단적인 매장진입 시도가 있을 경우 정문에서 보안요원들을 동원해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전국 점포별로 기습시위 등에 대비해 관할 경찰서와 비상 연락선을 점검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광우병대책회의가 첫 집회 장소로 서울역 롯데마트 앞을 지목하면서 가장 긴장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안전 담당 직원들을 평소보다 증원해 매장입구를 비롯해 매장의 주요 장소에 배치할 계획이다.

한편 촛불집회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다음 아고라에도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달콤아씨'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교차감염의 위험, 즉 도마나 칼을 통해서도 전염되는데 미국산 소고기가 판매되면 해당 마트에서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구입하지 않고 아예 발길을 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홈플러스 잠실점에서 만난 주부 김 모씨는 "가뜩이나 물가가 올라 걱정인데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대학생 이 모씨는 "안정성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는 국내 대형마트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를 결정한데 대해 환영한다고 26일 밝혔다.

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불편을 겪었던 많은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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