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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칼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우리 아이도 가능하다

입력 2020-10-22 18:07 수정 2020-10-24 23:20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기록한 5000장이 넘는 23권의 노트를 보면 그야말로 다빈치가 인류가 태어난 이래 가장 걸출한 천재 중에 한 명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물리학, 역학, 광학, 천문학, 지리학, 해부학, 기계공학, 토목공학, 식물학, 지질학 등 다방면을 다루었는데 심지어 그는 ‘그림도 조금 그릴 줄 압니다’라고 경력서에 적었을 정도다.

그런데 미국의 타임지 편집장을 지낸 월터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영재가 아니었음을 단언한다. 그는 다빈치에게 ‘영재’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그를 벼락 맞은 특별한 인간으로 만듦으로써 오히려 그의 가치를 축소시킨다고 강조했다.

인간 지능의 놀라운 점은 창조적 지능이 어느 한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즉 어느 한 영역에서 창조적인 사람이 다른 영역에서는 전혀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영재들에게서 볼 수 있는 이러한 불균형적인 재능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영재로 판명된 95% 이상의 청소년들이 수학적 관심과 언어적 관심에서 큰 불균형을 보여준다고 알려진다. 고도의 공간 문제 처리 능력 및 수학적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언어 능력에서는 평균적이거나 심지어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리학자 벤저민 블룸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수학자 20명을 분석한 결과 취학 전에 글을 읽을 줄 알았던 수학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계 분야와 공간 관련 문제해결 능력에서 비범함을 지닌 뛰어난 발명가들이 대부분 어린 시절에 읽기와 쓰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보고도 있다. 학문적인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내는 영재 대부분이 취학 전에 글을 읽을 줄 아는 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특정한 어느 영역에서는 비범한 재능을 지녔지만 다른 영역에서 약하거나 심지어 심각한 곤란을 겪는 많은 아이들을 학교에서 일종의 만능 재주꾼으로 교육시키려 한다면 그들은 자신이 약한 분야, 즉 곤란을 겪는 분야에서 계속 실패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것이 아이들로 하여금 특출한 재능을 보였던 분야에서조차 흥미를 잃게 만들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더욱 우려할 점은 불균등한 재능을 지닌 영재들이 아예 구제불능의 부적응자나 말썽꾸러기로 취급받아 결국은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사에 명석하게 대처하고 공부도 잘하고 리더십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학생을 보통 ‘범생이(모범생)’라고 부르며 선호한다. 그러나 이들은 영재와 다르다. 영재란 언어, 수리, 예술 등 나름의 분야에서 동년배들을 훨씬 뛰어넘는 특출한 재능을 이른 나이부터 보이는 경우라 볼 수 있다. 학자들은 IQ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은 특출한 영재가 아니라 모범생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즉 특정 분야에서 비범한 재능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영재들, 불균등한 재능을 보이는 영재들 중 상당수가 IQ 검사에서 그야말로 낮은 숫자를 받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영재들을 지도해 본 선생들의 말은 대동소이하다. 각자 자신의 특기에 해당하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극대화시키도록 가르친 학생들의 성취도가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르친 학생들에 비해서 월등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이란 암기 강조 등에 따른 획일적인 점수 분포 즉 평균 점수 획득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이들 영재들이 보여주는 비범한 재능을 어떤 식으로든 높여주려면 영재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학 분야의 영재라면 수학 고급과정에서 특별한 지도를 받되 다른 과목들은 일반적인 수업을 듣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이 말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났고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현대인의 개념에 어긋나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평등을 뛰어 넘는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 결국 인류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학자들이 적절한 자극과 동기 및 기회 부여를 통해 영재들의 비범한 재능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선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우등생이 아니라 영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간에게 미친 영향이 지대함에도 월터 아이작슨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영재가 아니라고 단언하여 말하는 것은 그의 재능이 신에게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지와 야심을 통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일반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한번 배워볼 수 있는 종류라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초인적 두뇌를 지닌 영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기하학에는 능했으나 산수에는 약해 평생 방정식을 이해하지 못했고, 손이 느려 회반죽 벽이 마르기 전에 재빨리 그림을 그려 넣어야 하는 프레스코 벽화도 그리지 못했다. 그림을 미완성으로 남겨두는 일로 악명 높아서 오늘날 그가 전부 그렸거나 주도적으로 그렸다고 알려진 작품은 열다섯 점에 불과하다.

그런데 아이작슨이 지적하는 것은 창조력은 때때로 천천히 뜸을 들이는, 심지어 아주 꾸물거리는 작업 방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 워낙 꾸물대자 그가 완성하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고 작품을 의뢰한 측에서 우려하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당당하게 ‘대단한 천재성을 지닌 사람은 때로는 가장 적게 일할 때 가장 많은 것을 성취한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자신이 어느 정도 천재라는 것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탁월한 능력이 노력의 산물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의 미소를 그리기 위해 딱따구리의 혀 모양까지 살펴보면서 입술 근육에 대한 해부학 연구를 지속했다고 알려진다. 단적으로 말해서 학원에 보내 우등생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영재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급의 창의성도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설명은 영재가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줌은 물론이다.

참고문헌

「방정식도 못 풀던 다빈치, 어떻게 인체해부도를 그렸나」, 곽아람, 조선일보, 2019.03.30

『타고난 지능 만들어지는 지능』, 표정훈,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궁리, 2001

『미래 속으로』, 에릭 뉴트, 이끌리오, 2001

『지식의 원전』, 존 캐리, 바다출판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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