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라임·옵티머스 피해자 두 번 울리진 말아야

입력 2020-1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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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정관계 로비 의혹이 터질 때마다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때마다 정치권은 자당의 이익을 앞세운 정쟁만 일삼아 민생과 국익은 뒷전이 된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요란한 양철북처럼 소리만 커진다. 하지만 실제 검찰 수사 발표에서는 의혹의 실체가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뇌물을 준 사람은 있어도 뇌물을 받은 사람이 없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검찰 수사 신뢰성이 땅에 떨어지면서 ‘꼬리 자르기’나 ‘면죄부 주기’란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정치검찰’이나 ‘특검 수사’도 정치권의 단골멘트다.

각종 권력 비리 의혹 사건은 대부분 피해 금액이 클 뿐만 아니라 피해자 규모도 광범위하다. 피해자 구제도 제대로 되지 않아 평생을 지옥 속에서 사는 피해자도 많다.

얼마 전 집안의 한 어른으로부터 십수 년간 짊어져 오던 빚을 다 청산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 살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며칠 후 다시 연락이 와서 “사는 게 너무 억울하고 힘들다”며 “하소연할 데가 없어 그냥 연락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불렸던 2조 원대 제이유그룹 다단계 사업 사기사건 피해자였다. 사건 발생 후 고금리 이자로 도저히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약 15년 만에 빚을 갚았지만,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다고 한다.

당시 필자는 다단계 투자에 대해 반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어르신은 “제이유 사업에 투자하는 법조인, 정치인, 공무원들은 바보들이냐”며 “그들이 출연한 영상을 한번 봐 보라”며 오히려 투자를 권유했다. “유명 연예인도 투자하고 있고 언론도 홍보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상위 직급에 올라가는 시험에 통과했을 때는 “밤새워 공부해 변호사나 대학교수도 떨어지는 시험을 통과했다”고 좋아했다. 주수도 제이유그룹 전 회장이 구속됐을 때는 “정치 탄압”이라며 곧 풀려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믿음에는 국회의원, 법조계 인사, 장군, 연예인 등이 제이유가 파는 물건이 좋다고 홍보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이 사기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그들도 피해자라든가, 단지 지인 소개로 행사에 참석했을 뿐이라는 말로 법망을 피해 갔다. 이들 사회지도층을 신뢰한 피해자만 기나긴 빚의 굴레에 빠져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 최소한 이들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한 사회지도층은 없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진 라임·옵티머스 사기 사건과 관련한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하다. 국감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맹탕·정쟁 국감’이라는 비판 속에 ‘민생·정책 국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감 초기 청와대·정부·여당 인사 연루 의혹이 나왔던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이 모든 이슈를 뒤덮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6일 옥중에서 야권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수세에 몰렸던 여당이 정쟁의 반전 카드로 삼고 있다.

이번 국감도 여야 모두 약속했던 정책 국감이 아니라 ‘라임·옵티머스 국감’으로 기록에 남을 것 같다. 이왕 ‘라임·옵티머스 국감’으로 변질된 이상 ‘스타 의원’이라도 나타나 시원하게 권력 비리 의혹을 파헤쳐 주길 바란다. 피해자의 아픈 마음도 어루만져 주면 좋겠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모두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고 있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되려면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수사 개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정치권의 말대로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하니 검찰도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사회지도층은 본인도 피해자라고만 주장하기보단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 피해자들 상당수는 사회지도층이 이들 사모펀드에 가입했다는 홍보를 믿고 투자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적 책임이 없다고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laws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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