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파트 단지 외벽 색까지 규제합니까?”
대형 건설사가 재건축한 브랜드 아파트 단지의 외벽 색상을 놓고 입주 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지자체는 경관계획에 따라 권역별로 신축 건물에 사용할 수 있는 색 범주가 정해져 있다는 입장인 반면, 입주 예정자들은 “정부가 아파트 색상까지 규제하고 있다”며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논란이 된 단지는 내년 4월 입주 예정인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철산센트럴푸르지오’ 아파트다. 대우건설이 철산주공4단지를 재건축해 짓는 아파트로, 지상 2층~지상 29층짜리 7개 동에 총 798가구로 조성된다.
입주 예정자들은 새 아파트 외벽이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 상징색인 검녹색(브리티시 그린)으로 꾸며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광명시는 경관계획 지침에 따라 철산동의 신축 아파트 외벽 색상을 빨간색·주황색·노란색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경관법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 이상인 지자체는 도시 미관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권역별로 건물의 외벽 색을 정할 수 있다.
현재 이 아파트 외벽은 어두운 갈색으로 칠해지고 있는데, 주민들은 이를 ‘다라이 레드’라고 부른다. 김장할 때 쓰는 고무대야와 비슷한 촌스러운 색상이라는 것이다.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각종 부동산 규제로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더니 이제는 아파트 외벽 색상까지 제한하느냐”면서 “광명시 측과 협의해 입주민 요구를 끝까지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입주예정자 이 모씨는 “기껏 잘 지어놓은 새 아파트를 칙칙한 벽돌색으로 칠하니 가치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다른 지자체들은 신축 단지에도 경관계획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왜 유독 광명시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협의회는 박승원 광명시장의 휴대폰 번호를 공유하며 항의하는 내용의 문자를 계속 보내는 중이다. 동시에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민원을 넣으면서 시청 앞 항의 집회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박 시장이 내 돈 내고 짓는 집을 입주민 동의 없이 빨간색으로 변경해 고발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광명시 담당 공무원들과 2차례 회의를 가진 협의회는 시가 주민 의견을 수용하지 않으면, 광명뉴타운 등의 다른 단지들과 연대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민사 소송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광명시는 2007년 11월 제정된 경관법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당초 재건축 조합에서 지금의 색상으로 승인을 받았는데, 이후 입주민들이 이를 변경하려는 것”이라며 “경관계획상 철산동 권역은 붉은색이나 노란색 계열은 가능하지만 검녹색은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