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價 떨어지는데 가격 상승이 인상 이유야?

입력 2008-11-12 13:17 수정 2008-11-1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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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올려 동절기 앞둔 서민 어려움 가중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결국 인상됐다. 그동안의 요금동결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손익구조가 악화됐고 석유제품에 비해 전기와 가스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에너지 과소비가 우려됐다는 게 정부의 인상 이유지만 이번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이 가정과 산업계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료비가 지난 7월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황이라 정부의 인상 불가피론를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원료비는 하락하는데…

12일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거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고 소규모 자영업과 제조업체를 제외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13일부터 6.2~9.4% 인상하고 도시가스요금은 가정용의 경우 4.8%, 산업용 등 기타용도는 9.7%를 각각 올렸다.

정부는 이번 요금인상에 대해 "그동안 국제유가와 유연탄, LNG 등 원료비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전과 가스공사의 원료비 상승에 따른 손실분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한데다 최근 원료비 가격조차 급락한 상황에서 요금을 인상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상반기 요금을 동결하면서 원료비 상승에 따른 손실분의 40%를 한전과 가스공사에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했고 나머지 60%는 두 회사의 자구노력을 통해 해소하기로 했다.

또 올 하반기에도 환율이 올라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오히려 국제유가, 유연탄 등 원료비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는 11일 거래에서 배럴당 52.78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7월에 비해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월30일 배럴당 50.81달러를 기록한 후 1년10개월만에 최저치다.

국내 발전연료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도 올해 1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한광업진흥공사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호주 뉴캐슬의 본선인도(FOB) 기준 유연탄 가격은 t당 9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7월의 t당 185달러보다 50% 가까이 내려가, 올해 1월의 91.75달러와 비슷해 졌다.

특히 유연탄 등 원료비 가격이 통상 국제유가에 2~3개월 정도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추경예산 통과가 한달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인상했다"며 "1조40억원의 국민 혈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또 "한전과 가스공사는 누적 이익금이 있는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수익구조 악화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겨울철 난방비 부담 가중

정부가 원료비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요금을 인상하면서 가정용 난방비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사용이 집중되는 만큼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커진 것.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이 4.8% 인상됨에 따라 가구당 평균 요금이 11월은 5만3000원에서 5만5500원으로 월 2500원 정도 부담이 늘고 12월은 8만2000원에서 8만5900원으로 월 3900원, 1월은 10만원에서 10만4800원으로 월 4800원 가량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30만 가구에 공급되는 지역난방 열요금도 8월에 9.65% 올린 뒤 3개월 만인 11월부터 추가로 9.9% 올려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경우 연간 난방비가 6800원 늘어난다.

◆산업계, 전기요금 연 1조원 부담 증가

전기요금의 경우 주거용, 중소기업용 등은 오르지 않지만 제조업과 광업에 적용되는 산업용 요금 갑, 을, 병 중에서 최대전력 300㎾ 이상의 산업용 을·병의 요금은 가장 높은 9.4%까지 인상된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포함된다.

이에 따라 경영여건 악화를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제조업과 제철·제련업, 석유화학업의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 기업별 전기요금은 삼성전자가 4937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제철 4000억원, 포스코 2339억원, 하이닉스 2025억원, LG디스플레이 1645억원, 한화석유화학 1102억원 등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업들은 1조200억원 정도의 추가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가 부담이 그만큼 더 늘어난다는 얘기로 글로벌 수요 부진에 금융시장 혼란이 겹친 위기 상황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철식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제조업의 원가에서 전기요금의 비중은 1.4%로 이번 인상에 따른 추가부담은 0.14%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 이어질 듯

하지만 내년에도 연료비 원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번 요금 인상폭이 '최소한'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시각이다.

도시가스요금은 가스공사의 대규모 미수금에 따라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앞으로 추가될 미수금이 발생하지 않을 뿐이며 이미 발생한 미수금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미수금을 2년에 걸쳐 요금에 반영해 회수할 방침이다.

특히 가스공사는 요금동결에 따른 원료비 손실분은 회계상 손실이 아닌 미수금으로 처리돼 추후 요금인상을 통해 회수할 수 있다. 가스공사의 9월 말까지 미수금은 1조6000억원이 발생했다.

전기요금 역시 이번에 동결된 가정용을 포함해 15~25% 가량의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이는 유연탄 도입가격 상승으로 내년에 4조원 내외의 추가 원가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인상시기가 연말이다 보니 올해 해소하지 못한 적자가 내년으로 이뤄되고 내년엔 올해 인상된 연료비가 반영된다"며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내년엔 인상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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